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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비상이 발생한 항공기를 조종사는 이렇게 조종합니다.

민항 조종사들은 비행 중 엔진 Fire 등 비상이 발생하면 어떻게 처치를 하는 걸까요? 그냥 불을 끄고 내린다고요? �

지금부터 한번 기장님의 머릿속을 들여다볼까요? �

오늘은 비상 처치의 6단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전제할 것은 항공사마다 조종사마다 조금씩 다른 단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흐름은 동일합니다. 아래의 예는 그중 제가 따르는 스텝임을 밝힙니다.

AVIATE > NAVIGATE > COMMUNICATE

ASSESS > ACTION > MANAGE

모든 조종사는 비상이 발생하면 조건반사적으로 제일 먼저 눈이 가는 것이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자세 계와 속도계, 고도계입니다.

지금 어떤 상태로 비행 중인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비상시 '최우선 TASK'입니다.

왜냐하면 비정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Troubleshooting에 들어가면(여기엔 Checklist 수행 포함) 그때부터 기장의 주의력은 거의 70-80프로 이상이 비정상 상황 파악과 처리와 관련된 체크리스트에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면 먼저 AVIATE (항공기의 자세 속도 고도 엔진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어서

NAVIGATE로 넘어가 항공기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그것이 적절한 것인지를 판단하며, 필요하면 안정적인 NAVIGATION 상태로 변경해 주어야 합니다.

대게는 민항기에서는 HEADING MODE가 아닌 LNAV가 연결된 상태 그리고 가급적 FMS에 홀딩까지 입력이 된 상태로 만들어서 기장의 정신이 다른 곳에 팔리더라도 항공기가 [안정적인 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 두고 난 이후]에서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안정된 상태가 완료된 후에 그다음인 COMMUNICATE 단계로 생각이 확장됩니다.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나의 비상을 알려야 할까?" 그 대상은 관제사일 수도, 상황에 따라 사무장이나 회사일 수도 있습니다.
이 세 번째 COMMUNICATE가 떠오를 때 몇 초만 조용히 생각해 주고 필요하면 알립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대화가 길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비상을 선포할 때 말끝은 'Standby'로 마치게 됩니다. 바쁘니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의미이지요.

이 단계가 완료되면 이제 ASSESS 단계인 CHECKLIST의 타이틀을 읽고 문제를 파악하는 단계입니다.

이어 수행하는 체크리스트는 ACTION 단계로, 결함으로 인해 항공기의 불안정한 상태를 일시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로 바꾸는 영어로는 문제를 SECURE 하는 단계입니다. 그렇게 SECURE 하는 조치 즉 체크리스트를 마치고 나면, 이제 비상 처치의 마지막 단계인 MANAGE가 남습니다.

MANAGE는 ACTION'을 취해서 일시적으로 안정적 상태로(Secured) 만든 항공기를 바로 착륙시켜야 하는지를 결심하는 과정입니다.

아직 흥미를 잃지 않으셨다면 ^^ 아래의 예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고도 3만 피트를 통과해 상승 중 우측 엔진 Fire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비상 처치의 6단계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1. AVIATE (안전한 비행이 가능한 상태로 속도와 고도를 유지해라)
상승 자세로 속도는 아직 정상이지만 엔진에 문제가 있으므로 줄어들 수 있는 상태입니다. 엔진의 상태는 화재로 곧 셧다운 해야 할 겁니다. 이때 고 도강 하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바로 현고에도 Level off 하거나 Single Engine이 감당할 수 있는 FMS의 ENGINE OUT 고도 이하로 강하를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2. NAVIGATE(비행기가 진행하는 방향이 안전한 곳인지 확인해라)
내 주변에 위협이 될 만한 장애물이나 항공기 등이 있는지 파악을 해야 합니다. 이후 나의 주의가 산만해질 때도 안전한 상태로 비행이 가능한지를 살펴야 합니다. 지금은 고고도로 당장에 NAVIGATION에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3. COMMUNICATE. (나의 비상을 당장 알아야 하는 대상이 있는지 고민해라)

지금 당장 이 비상상황을 누군가에게 알려야 할까요? 이 질문에서 일단은 관제소에 비상을 선포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신 상황이 급하므로 엔진 화재 진화 절차를 수행한 후에 비상을 선포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목하십시오! 우리는 아직 엔진 화재에 손도 안 댄 상태입니다.

이어서

4. ASSESS
이제 문제를 한 번 더 확실히 파악합니다. 화재가 발생했으니 위급한 상황으로, 제작사의 권고대로 Memory Item 절차를 수행해서 체크리스트 없이 빨리 엔진을 Shutdown 해야 한다는 ASEESS가 이루어졌습니다.

5. ACTION
Engine Fire Memory item 절차에 따라 해당 엔진을 Shutdown 하고 소화액을 Discharge(방사)합니다.

엔진이 꺼진 항공기는 이제 이전과 다른 상태입니다. 이때 AVIATE+ NAVIGATE를 다시 떠올려 싱글 엔진으로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한 고도로 강하(AVIATE)하고 이때 다른 항공기와의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항로 이탈(NAVIGATE)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생각이 자연스럽게 다시 COMMUNICATE로 확장돼 바로 관제사에게 비상을 선포하고 싶어 집니다.
“ MAYDAY MAYDAY WORLD AIR 00 WE HAVE ENGINE FIRE DESCENDING STANDBY”
이제 엔진 화재가 소화되었다는 것을 가정합시다.

그리고 강하중 남아있는 ENGINE FIRE CHECKLIST를 수행합니다.

체크리스를 모두 마치고 나면 이제 마지막 단계 MANAGE로 넘어갑니다.

6. MANAGE(당장 내려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단계)

이제 바로 착륙이 필요한 상태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엔진 화재에 의한 Shutdown까지 했고 불이 꺼져 항공기는 잠시 Secured 된 상태라면 당연히 가까운 공항에 차분히 연료 덤핑까지 고려한 후 착륙해야 합니다.

만약 엔진 화재가 두 번째 소화액 방사 후에도 꺼지지 않았다면 이는 Dire Emergency상황으로 즉시(Immediate) 착륙이 필요하니 서둘러 착륙해야 합니다. 연료 덤핑으로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활주로 상에 세울 수만 있다면 어디든 최인근에 착륙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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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이 발생했을 때 이렇게 긴 절차를 차근차근 진행하도록 하는 이유는 실수를 방지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입니다. 이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대표적인 예가 바로 몇 년 전 대만 타이베이 공항에서 이륙 중 엔진 페일 후 실수로 살아있는 쪽 엔진을 SHUTDOWN 한 사고 사례입니다.

p.s. 부기장님들은 제 글을 읽고 스스로 절차를 만들어야 합니다. 늘 시나리오를 가지고 비행 중 기장님들과 토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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