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 제이 Sep 24. 2024

프랑크푸르트 착륙

프랑크푸르트의 남쪽 활주로 07R를 눈앞에 둔 순간
자동 콜아웃이
"원 따우젼드(1000)"을 토해냈다,

아직도 활주로위에서 더디게 꿈틀거리던 터키항공 777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기장의 눈이 튕기듯

고도계 세팅창을 스캔한다.

"Missed Approach Altitude Set"

기장이 고어라운드에 대비해 고도가 세트 되었다는 마지막 콜아웃울 뱉어냈다.

그사이에도 그들의 항공기가 미끄러지듯 빠르게 고도를 내리고 있지만 착륙허가는 여전히 헤드셋이 덮은 귓바퀴를 울리지 않았다.

" 터키쉬, 속도 줄이지 마세요. 바로 활주로 이탈하세요"

대신 타워 관제사의  다급한 콜아웃이 아직도 활주로에서 미적거리는 터키쉬의 뒤통수를 향해 날카롭게 날아가 화살처럼 박힌다.


"터키시 엑스퍼다이트!(속도 높이세요)"


어지간해선 목소리에 감정을 담지 않는 독일 관제사이지만 두 번째 '엑스퍼다이트' 단어에선 유난히 날카롭다.


아직 오토 파일럿을 풀지 않은 채 왼손을 쓰러스트레버 위에 올리고 있는 부기장을 향해
기장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간결하지만 명확하다.

"Be ready for Go Around!"
 (고 어라운드 대비해!)

"Roger.(네)"

전파고도계 라디오 알티미터가  500피트를 통과하자  다시
"퐈이브 헌-드뤠드!(500)"

자동 콜아웃이 칵핏을 크게 울렸다.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만든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관제사의 목소리가 뒤늦게 날아들었다.

"0000 Clear to land 07R, 전방기 활주로 개방 중입니다. 간격유지하세요."

동시에 두 조종사의 망막뒤쪽에 아직도 활주로에 남아 더디게 턴을 하는 터키항공의 뒷모습이 비친다.

"아니... 간격을 유지하라니... 이런... C.."

다행히 입 밖으로 소리가 흘러나오진 않았다.  

순간 뒷목이 뻣뻣해지고 고어라운드 절차가 빠르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망설이던 그 짧은 찰나에 어느새 전방기 동체의  절반 이상이  활주로를 왼쪽으로 벗어나는 것이 시야에 들어온다.

기장의 머릿속에

'2000미터'라는 숫자가 스친다.

그가 전방 기와 유지해야 할 최소거리다.

동시에 방금 오토파일럿이 해제되었는지 부기장의 콜이 미니멈 콜과 겹쳤다.  

"플라잇 다이렉터!  (Flight Director)

오토파일럿을 의미하던 AP가 수동조종상태임을 알리는 FLIGHT DIRECTOR의 약자인 FD로 바뀌어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푹풍속에서 착륙을 할 때 기장은 무슨 생각을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