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 조종사가 "오늘 연료 십만 리터 채워주세요"라고 하지 않는 이유
오늘은 중학교 수준의 과학 수업에 나오는 밀도(Density)가 어떻게 항공기 연료에 적용되는지 살펴볼게요.
참고로 저는 문과 그것도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입니다. 이점 감안하고 읽어 주셔야 합니다. ㅎㅎ
시장에 콩을 사러 가서 한 ‘됫박’(아직도 이렇게 파는지 모르겠네요)을 사 온다면 이건 부피 단위로 물건을 파는 것이지요.
돼지 목살 1 킬로를 사 온다면 이건 부피가 아닌 저울에 달은 무게(MASS) 단위로 돈을 지불한 것입니다.
그럼 주유소에 가서 휘발유 1ℓ에 1700원을 지불했다면 이건 부피일까요? 무게일까요?
안타깝게도 소비자에게 불리한 부피 단위로 구매한 것입니다.
엄밀히 말해 공정한 거래를 위해서라면 우리는 무게 단위(킬로)로 휘발유를 구매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려면 휘발유의 비중(DENSITY)을 매번 측정해 이를 무게로 변환해 가격을 매겨야 하므로 번거로울 겁니다. 그래서 자동차의 휘발유는 부피단위로 돈을 치릅니다.
그래서 퇴근시간보다는 출근시간에 자동차의 기름을 채우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유리합니다.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 동일한 1리터의 휘발유라도 아침에 무게가 더 나가기 때문이지요.
그럼 항공유는 어떨까요? 자동차와 똑같이 LITER 단위 즉 부피 단위로 항공유를 급유하고 성능 계산을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항공유는 무게 단위로 급유를 요구합니다.
"연료 100t 주세요?"라고 말하지 "십만 리터 채워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항공기의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무게이지 연료가 차지하는 부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성능 계산의 기준은 무게입니다.
그래서 항공유는 급유 시에 늘 비중(DENSITY)을 측정해서 이것을 부피에 곱해 무게 단위로 환산한 값을 급유합니다.
보통 항공유 JET A1의 밀도는 0.8에서 0.7 정도 사이를 보입니다. 기압이 높을수록 그리고 온도가 낮을수록 밀도는 높아집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최저 밀도(고온 저압) 상태와 최고 밀도(저온 고압)에서 실제 급유가 가능한 연료 무게 차이가 777의 경우 자그마치 '6t'에 이릅니다.
아주 더운 날 연료탱크의 최대치까지 가득 채워도 가장 추운 날 보다 6톤가량이 덜 들어간다는 말이 됩니다.
6t이면 777이 대략 한 시간 비행할 연료량에 해당합니다. 엄청난 차이지요.
자 이제 자동차 1리터당 연비가 어떤 한계가 있는지 아시겠죠?
동일한 차량도 겨울과 여름에 연비가 다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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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ℓ(부피 단위)를 급유하고 비중이 0.8이면
6000 곱하기 0.8 =4800킬로가 급유된 것입니다.
참고로 비중 1의 기준은 유체 부피 1ℓ가 1kg의 무게가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은 영상 4도에서 이 값이 나옵니다. 그리고 온도가 100도 끓는점에 이르면 증발해 비중이 0에 가깝겠죠.
JET 항공유(등유)는 물과 섞이면 늘 물 위에 뜨게 되니 물보다는 비중이 작겠지요? 그래서 그 비중은 늘 1보다 작은 0.8에서 0.7 사이를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아무리 냉각해도 물과 같이 비중이 1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 하나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