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발 엔진 민항기 시대의 종말
콴타스가 2020년에 744항 공기를 그리고 2030년에 A380을 퇴역시킬 플랜을 발표했다는 기사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통상 항공기 도입 후 최소 10년을 사용한다고 보았을 때 2020년 이후에도 인수할 380이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는 이후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역시 2030년 경이면 이곳에서도 마지막 4발 민항기인 A380을 퇴역시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380 레이팅은 조종사들 사이에선 전혀 인기가 없습니다. 이곳에서도 777 조종사 중 희망자를 받아 부족한 380 인원을 보충하려 시도 중이만 소문에는 지원자가 부족해서 결국은 시니어 리티에 따라 강제로 전환을 시킬 것이라는군요. 저라도 그곳에 가서 10년 후에 없어질 기종을 타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조종사 나이로 60 근처에 주기종 항공기가 사라진다는 것은 사실 재앙입니다.
노인을 위한 사회는 없다고 하지요.
이런 경우 회사는 타 기종으로 전환시켜 주길 주저하다 희망퇴직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다고 하여도 그 나이에 전환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 힘든 일입니다.
반면 777은 현재 777X가 2020년 새로 도입되기 시작해 동일 레이팅이라고 볼 수 있는 787까지 최소 20년 이상 전 세계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왜 4발 항공기가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는지 간단히 몇 가지 사항만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연료 효율에서 쌍발 민항기보다 많이 불리합니다.
아래 첨부한 도표에 보시면 777-9X의 100Km 비행 시 좌석당 연료 소모율이 2.85ℓ에 불과한 데 비하여 380과 748은 각각 3.27과 3.35를 보여 도저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유일하게 380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에미리트도 이점을 우려해 그간 AIRBUS와 오랜 기간 연료 효율 개선을 위한 접촉을 해왔으나 결국 에어버스는 개량 없이 단종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둘째, 엔진이 네 개인 항공기는 비행 중 쌍발 엔진 항공기보다 엔진 결함에 이은 회항 확률이 2배가 됨을 의미합니다. 당연하지요. 그리고 380과 같은 대형 기체들은 회항 시 입게 될 손실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약 500명가량의 승객을 태우는 항공기는 200명이나 300명 수준의 항공기에 비해 비행 중 환자 발생으로 인환 회항의 가능성 역시 2배가 되겠지요. 이점은 380을 그간 운영해온 항공사에서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15시간 가까이 걸리는 비행에서 최대 탱크 용량인 220여 t을 실었다고 가정했을 때 회항하여 최대 착륙 중량으로 줄이고자 연료 제트슨을 시작한다면 얼추 계산을 해봐도 약 180t 정도의 연료를 공중에 버려야 할 겁니다. 1톤당 500달러 선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9만 달러의 연료를 버리는 셈이 됩니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한화로 약 1억 원에 이르는 돈을 승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포기하는 겁니다.
그러면 이런 회항 사례가 얼마나 자주 있을까요?
생각보다 꽤 자주 발생합니다. 한 달에 몇 건씩 보고되기도 합니다.
간단히 알아본 위의 3가지 이유로 4발 민항기는 계륵 같은 존재가 된 지 오래입니다. 특히 10여 대 남짓한 대수의 380을 운영하는 항공사에서는 더욱 사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승객을 가득 태운 380 한대가 기술적인 이유로 회항을 했을 때 이 승객들을 RECOVERY 하기 위한 또 한대의 380이 준비되어 있거나 아니면 777 정도로 대체해 그중 일부 승객만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380의 종말은 10년 안쪽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항공기가 낡거나 당장 손실을 입어서가 아니라 이 불운한 항공기를 777X나 787로 교체해서 얻을 수 있는 순익이 너무 크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