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force One 이야기 두 번째 2/3
헬기가 왜 시계 비행 조건이 안 되는 데도 무리하게 비행을 강행해서 아파트에 충돌하는지 보통사람들은 이해가 잘 안 되실 겁니다.
지금부터 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시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는지 보시죠.
"영광은 찰나요, 굴욕은 영겁이야. 정대위!"
공군에서 공수 통제 장교를 하던 시기 제가 모시던 대령분이 늘 제게 하시던 말씀입니다. HH47 베테랑 조종사셨던 이분은 작사에서 수송기와 헬기 임무를 계획 통제하던 최고 지휘관입니다.
그날은 CODE 1(대통령) VIP 임무로 헬기가 오전 7시 이륙해 행사장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임무 결심 시간 새벽 6시. 비행이 불가하다고 판단되면 VIP는 즉시 준비된 차량으로 출발하셔야 합니다. 삼군 총장들은 예보가 애매한 것을 알고 미리 그날 새벽 VIP에 앞서 차량으로 출발했습니다.
아침 안개가 끼어있는 그 날 새벽 5시, 그는 아직 어둠이 가득한 이 시간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 경로상의 기상을 먼저 파악합니다. 임무 가능 여부 판단을 오롯이 그 혼자서 결정해야 합니다. 외롭고 힘든 자리입니다.
애매하면 그냥 "임무 캔슬하자!" 한마디만 하면 쉬운 일을 이분은 그러시지 못하시더군요.
헬기 임무는 불과 몇 분이면 안개가 소산 될 수도 있기에 쉽게 결정하지 못합니다. 차량으로 이동하다 파란 하늘을 한 시간 정도 보며 행사장에 도착하는 VIP가 한마디라도 하면 그 파장은 일파만파입니다.
"PATH FINDER"를 띄우자"
VIP 슈퍼 푸마 앞에 HH60을 띄워서 기상을 파악하며 전진시키는 매우 위험한 길앞잡이 헬기 임무입니다.
"임무 GO 하겠습니다. PATH FINDER 앞에 띄우고 5분 후에 임무 기를 뒤따르게 하겠습니다." 그가 사령관께 한 이 보고를 시작으로 그날 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7시 예정된 이륙시간 약 10분 전. 제게 그분으로부터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PATH FINDER 전면 상황판에 보딩 해라. 그리고 이륙과 착륙 시 PAGING 지시해라."
너무도 위험한 임무. 후배를 안갯속에 밀어 넣어 길을 뚫게 하는 임무를 부여하며 그가 느꼈을 심적 고뇌를 그날 처음으로 이해했습니다.
보딩이 진행되자, 옆에 앉아 있던 전투기 담당의 중령분이 제게 슬쩍 묻더군요.
"저거 뭐냐?"
"과장님 지시사항입니다. AIR FORCE ONE 앞에서 길을 열어 주는 PATH FINDER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 상황실을 울리는 페이징. 저에겐 참 비장한 소리로 한동안 가슴을 울렸습니다.
"PATH FINDER 이륙 시간 00시 00분"
수송기나 헬기 임무 항공기를 통제실에서 페이징 하는 경우는 대통령 임무에만 한정됩니다. 그날 처음으로 PATHFINDER HH60이 특별히 추가되었습니다.
후배에 대한 예의를 보이신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얼마나 위험한 임무인지를 너무도 잘 알기에..
이날 비행 도중 PATH FINDER는 중간 정도까지 기상을 파악해 실시간으로 뒤따르는 AIR FORCE ONE에게 전달하여 조종사가 성공적으로 행사장에 착륙할 수 있도록 경로를 결정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통제실 페이징:"PATH FINDER RADAR CONTACT LOST. 현재 식별되지 않고 있습니다. "
경로상 짙은 안개를 보고하고 뒤따르는 에어포스 원을 다른 쪽 경로로 유도한 뒤 레이더에서 사라진 후 교신이 끊겼습니다.
순간 통제실 내에 초비상 상황이 몇 분간 이어지고 조종사와 연락을 시도하는 MCRC 관제사의 외침만 애타게 이어지던 피 말리는 약 5분이 지나고,
지휘관들이 위치한 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그는 PATH FINDER 조종사였습니다.
조종사는 골짜기 사이 짙은 안개로 더는 진행을 못 하고 근처 논바닥에 내려앉고는 바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린 겁니다. 그가 걸었던 전화번호는 임무 통제관과 미리 이런 상황을 대비해 약속된 번호였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린 뒤 사령관이 동석한 상태에서 누군가 그에게 퉁명스럽게 한마디 합니다.
"불시착이잖아. 이건 사고야. 어떻게 논바닥에 불시착을 시킬 수 있지? 헬기 바퀴에 진흙이 다 묻고 그런 거 아냐!"
이 말에 모두가 그를 바라볼 때
"헬기가 그렇게 얼렁뚱땅 비행하지 않습니다. 미리 다 준비해서 접지 전에 바닥에 방수포 깔고, 그 위에 안착시켜서 진흙 속에 가라앉고 그러지 않습니다."
너무도 당당한 그의 말에 머쓱해서는 고개를 돌리는 다른 고정익 출신 지휘관들...
이후 그날 저녁 부서 회식 자리에서 0 대령님이 이 말을 꺼낼 때 갑자기 몹시 궁금한 나머지,
"정말로 방수포를 그 상황에서 미리 깔고 논바닥에 내린 게 맞습니까? 그게 가능합니까?"
껄껄 웃으시며 그분이 하시던 말
"헬기가 비행 중 어쩔 수 없이 논바닥에 내릴 수 있다는 걸 이해 못 하는 고정익 조종사들한테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
방수포는 얼어 죽을.. 그런 거 없어!"
그리고 순간 웃음기는 갑자기 사라지고 한없이 슬픈 눈으로 돌아가 다시 술잔을 기울이며 하시던 말씀.
"영광은 찰나요, 굴욕은 영겁이야. 정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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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헬기 조종사의 고뇌를 얼마나 이해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