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적인 삶의 단위
작가는 글 속에서 호흡한다. 가치관을 담아낸 문장들은 그의 개별적인 삶의 단위이다. 사람마다 극소량일지언정, 주관적인 행복이 있는데 내게는 '문장 단위'가 그 기준이다. 비단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텍스트와의 밀접 빈도가 행복을 결정짓는다. 텍스트에 민감하다는 것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예민하게 감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순간순간 마음에 걸려 쉬이 지나치지 못할 때가 많다.
아픔만큼은 뭉터기째로 지나가면 좋으련만, 유해질 법한 상황들에도 기꺼이 감정을 소진하고야 만다. 문장 단위로 행복해하는 만큼, 문장 단위로 아파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문장은 어떤 일을 겪어내야만 적히는 필연을 마주한다. 이렇게 아프면서까지 적히는 아픔이라면, 차라리 느끼질 원치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쓴다. 써야 한다. 뚜렷한 생의 의지나 목표보다는, 살다 보면 그저 살아지는 것처럼. 써져야 살아지는 삶은 내 안의 예민함이 택한 불가피한 선택이므로. 써내야만 생채기를 떨쳐내는 감정 회로를 장착하고 태어났으니까. 행복에 겨워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글과 가까워질수록 점차 행복을 결심하게 된다. 좋은 글들로부터 '읽음직한' 쓸모에 합당한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게 된다. 적어도 미문이 지닌 한 문장, 한 문단만큼 성장해야지가 글쓰기의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삶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일상을 거쳐갔던 이야기들을 문장으로 엮어 글을 쓴다. 그래서 문장 단위의 삶이다. 한 사람의 무수한 서사 중에 가끔 깊게, 혹은 짧게 내뱉은 생각들과 호흡을 같이 했다. 문장 속에서 숨 쉬었던 순간들. 내면 속에서 나지막이 독백을 내뱉었던 단상에 대하여 적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