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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떼엉 Apr 20. 2020

길몽(吉夢)

좋은 일이 생기는 기류



너무도

현실을 닮은 꿈


흔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기독교에서는 ‘운’ 이라기보다, 신의 섭리를 포괄하는 ‘은혜’라고 부른다.

습관인지 몰라도 '운이 좋았어, 운빨이지~'라는 말을 잘 담지 않는다. 어렸을 적 장난 삼아 ‘오마이갓’을 연발했을 때, ‘어허’라고 인상 짓던 엄마의 표정이 떠올라서 그러려나. 이렇듯 크던 작던 일생의 한 부분을 결정짓는 일련의 징크스나 행운의 상징을 두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꿈은 믿어오곤 했다. 강하게 뿌리 박힌 잠재의식은 그럴듯한 현실처럼 꿈에 나타나기도 한다. 한창 건축과 공간에 관심이 생길 때는 공간의 구도나 형태가 종종 보이곤 했다. 꿈속에서 독백한 문장을 가지곤 일어나서 꼭 적어놔야지, 읊조렸다. 분명 뇌리에 박힐 정도로 생생했는데 일어나자마자 백지상태가 되어 그 문장을 잃어버렸다.




너무도 현실을 닮은 꿈도 있었다. 헤어진 남자친구와 나란히 걷는 장면이었다. 그에게 호주에서의 삶이 행복하냐고, 물었다. 이 곳의 생활이 흡족하다며 웃는 그를 보며, 속상한 마음이 현실로 넘어와 헐떡거리며 잠에서 깼다. 흔히 이별은 속절없는 ‘사별’과 다를 바 없다고 하는데, 달리 연락을 할 수 없기에 대신 안부를 전한 샘이었다. 꿈에서 깬 뒤  그 사람이 곁에 없다는 사실이 정말로 현실이었다. 지금껏, 너라는 꿈을 꾸었구나.



휴그랜트 셔츠 보는 재미, 영화 <노팅 힐>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예감


일 년여 전에는 초록색 칠레산 포도를 먹는 꿈을 꿨다. 얼마나 꽉 차 있던지 과육이 느껴질 정도였는데, 먹고 싶은 마음에 애가 타는 심정으로 손을 뻗었다. 허겁지겁 한 입 두 입, 입 안에 가득 터지도록 욱여넣었다. 포도에 관한 꿈은 ‘머지않아 어떤 학문 연구에 몰두하게 될 것을 암시하는 길몽’이라고 한다. 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글쓰기를 가르치거나, 교육 연구 쪽으로 적성을 바꾼 것도 우연찮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마땅한 곳에서 마땅히 배워, 가치를 실현하는 배움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치즈 한 조각이 식탁에 올라가기까지 자그마치 ‘인고’의 시간이 걸린다. 그 기다림이 곧 풍미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자연은 식재료의 원형을 잉태하고 인간은 뜸을 들여 인공의 풍미를 가미한다. 꿈속에서 거머쥔 포도가 농도 짙은 와인으로 와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시간을 어떻게 들이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신내 나는 포도를 입 안 가득 머금은 기억은, 봄에 불어오는 춘풍과도 문득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어딘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의 봄바람처럼 말이다. 춘풍은 바깥 풍경인 늘상 걷는 거리도 새롭게 비춰 마음속에 새살을 돋운다. 어쩌면 길몽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선사해준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 춘풍 불어오니 빗장 열어라. 활짝 열어둔 틈새로 좋은 기류가 들어오기 마련이다.



@연희동

춘풍 불어온다

빗장 활짝 열어두자





문체적 삶, 방떼엉 

/@vingt_et_un____

@soyeongb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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