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황순원의 소나기)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황순원의 소나기에 대해 나눴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예민의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틀어 놓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국어 시간, 교과서에 수록된 소나기를 보고 마음이 시큰거렸다. 여자 주인공이 자기가 입던 옷을 묻어달라 했던 장면에서 말이다.
너무 슬픈 이야기인데 여름날의 농촌 풍경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묘사돼 그게 더 슬펐다. 소년과 소녀의 한시적인 만남이었고, 그 순간만 머무를 수밖에 없는 공간은 사후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날의 농촌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푸르고 짙었던 이유는, 소녀와 소년은 그 순간만을 살았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이런 문학 작품을 접했던 추억이 있어 유년시절이 행복했다고 기억한다. 엄마는 소나기 영화를 보러 학급 전체가 영화 상영관을 다녀왔다고 했다. 소녀가 떠나고 남자아이의 상실감은 어땠을까, 어린 나이에 걱정을 했다고 했다. 아빠는 소나기의 구절을 읽어줬던 선생님에게 감동을 받아 스승의 날에 찾아갔다고 했다. 얘기를 나눠 보니 각자의 <소나기>에 대한 기억들이었다.
공통점은 비가 온 뒤의 가심처럼, 적적하게나마 마음을 적셨던 작품이란 것이다. 문득 삶에서는 이런 작품을 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기치 않게 국어시간에 접하는 작품처럼, 일상 속에서 이런 순간들은 얼마나 찾아올까. 한 때의 소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적시기를 기다려야겠다. 여름날의 일기 예보처럼, 소나기는 예견되어 있고 낭만 또한 필연적으로 오게 될 것이다. 다만 너무도 짧게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그 여운이 오래 기억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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