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떼엉 Apr 18. 2023

이 동네의 문법

알고 익혀야 하는 줄거리들



낯선 곳과 사람에게서

익혀야 하는 문법


청파동 어귀, 매주 화요일마다 순대 트럭이 찾아오는 건 제가 알지 못했던 이 동네의 문법이었습니다. 어떤 떡볶이 집에서 포장을 해야 맛있는지, 운동화를 세탁하려면 어느 빨래방을 가야 하는지 등. 낯설었던 이 동네에서 알고 익혀야 했던 문법들이 간혹 있었죠. 굴다리를 건너 쭉 따라 뛰었던 동네가 바로, A의 동네였습니다. 항상 위에까진 가지 못하고, 그 동네 초입까지 찍고 돌아오는데 어쩌면 봤을 수도 있겠다는 얘기를 나눴어요.


모르는 동네가 점차 익숙해지는 것처럼, 사람사이에도 새로운 관계를 맺는건 비슷한 것 같아요. 한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동네만의 특징처럼 그 사람만의 줄거리가 존재하겠죠.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각자의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서로 적용하거나 응용해야 하는 문법이 있을 테구요. 또 함께 맞춰 가야 하는 각자의 맥락이나 문법도 있겠죠. 그게 아마 청파동에 사는 여자 B의 문법이겠고, 청파동 건너 동네를 사는 남자 A의 문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심이 가는 사람이 생기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어요. 저 사람의 서사와 문법을 익혀서, 그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싶다는 얘기를 하곤 합니다. 우리 사이 문법은 굴다리를 사이에 둔 가까운 거리만큼이나, 좁혀나갈 수 있을까. 숙대 언덕을 지나가면서 한참 동안 생각했습니다.


@후암동



한 동네가 익숙해지듯

한 사람을 알아가는 것

이전 07화 어떤 경험은 어떤 사람을 만나게 해 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