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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떼엉 Dec 19. 2023

어떤 경험은 어떤 사람을 만나게 해 준다

경험, 그 깊이의 폭


타인을 이해하는

경험의 깊이


카페 알바 첫날, 손님이 가장 많은 점심시간에 주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메뉴들이 어떤 탭에 있는지 익숙하지 않아 포스기 앞을 쩔쩔매다 보니, 문 앞에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있더라고요. 손은 바르르 떨리고 마음은 급한데 몸은 쉽사리 따라 주질 못했죠.


원두 가루를 바꾸던 중에는 원두 포대를 바닥에 쏟고 말았습니다. 또르륵, 원두가 한 알 한 알 바닥에 튕길 때마다 얼마나 창피했던지. 슬로우 모션처럼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그 일은, 가끔 꿈에도 나타날 정도로 생생한 기억으로 남았죠. 그때 포스기 앞에서 느꼈던 당혹감을 알기에, 매장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는 점원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자주 사용하던 러닝앱에 들어갔는데 기존 쓰던 계정에 로그인이 되지 않는 거예요. 예전 같았으면 고객 문의에 달랑 ‘로그인이 안 돼요.’라고 남겼을 겁니다. 하지만, 고객의 고충을 해결하는 수고로움을 알기에 ‘OO 서비스 덕분에 달리기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지금껏 사소하게 생각했던 작은 불편함이 여러 사람의 협의를 거쳐 해결해야 하는 과업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사람은 경험의 폭만큼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많이 알고 경험하는 수적인 넓이가 아닌 경험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깊이, 즉 폭의 문제 말이죠. 경험의 깊이를 지닌 사람은 타인의 상황과 심정을 그만큼 잘 이해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경험은 그때 당시에는 쓸모없다 여겨져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타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기도 하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쓸모없거나 무해한 경험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 경험을 맞닥뜨릴 때마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요. ‘나는 이 경험을 거쳐서, 결국엔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경험은,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과 비슷한 차원의 문제인 걸지도 모르죠.


@연희동, 돌파운드



이 경험을 통해

결국엔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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