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떼엉 Feb 27. 2023

‘스근하다’의 의미

스근한 봄밤



따뜻함에 대한

만능 수식어 '스근함'


주말에 이어 오늘도 비가 내려서 빠르게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물기를 피하기 위해 나무나 바위 틈새로 숨는 동물처럼, 비가 오면 인간도 안식처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아요. 반대로 어젯밤은 유독 봄바람이 달짝찌근하게 느껴져서, 요가가 끝나고 나서도 여의도 주변을 한참 걸었습니다.


오고 있는 봄밤은  스근하게 느껴집니다. 얼마 전에 부산에서  교회 동생이 ‘스근하다라는 사투리를 알려줬어요. 국밥에도 스근이라는 말을 붙이고, 어느 상황이든 스근을 붙이는  보면 스근은 따뜻함 내지 온기를 지닌 것에 대한 만능 수식어처럼 느껴집니다. 궁금한 마음에 ‘만약여자친구가 우리 사이, 너무 스근하다!’라고 하면 그건 좋은 거야. 나쁜 거야?라고 물어봤어요.  말에 잠깐 뜸을 들이더니 ‘.. 아마 좋은 뜻이겠죠?’라고 답하더군요. 어떤 의도나 뉘앙스로 말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관계의 뜨뜨미지근함 정도 아니면 따뜻함으로도 해석할  있겠죠.


그래서 봄밤을 스근, 하다고 표현하기에 알맞은 것 같습니다. 아직 겨울 냄새를 벗지 않아서 찬기가 웃돌기도 하구요. 또 찬기 사이로 달큼한 미풍이 스근하게 감싸기도 하고요. 봄은 생명력을 지닌 계절이라고도 하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는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입니다. 봄밤이 스근한 이유는 아마 생명이 움트고 있는 시간대여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싹을 틔우고, 생명이 잉태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아무쪼록 봄밤이 주는 고요 속에서 평안히 주무시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효창동

생명이 움트고 있는

조용한 시간대, 봄밤

이전 08화 이 동네의 문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