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성실하고 가까운 기간
제법 쌀쌀한 공원을 걸으면서, 문득 부모님께 어느 시집에서 본 구절에 대한 얘기를 나눴어요. “봄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래요.”라고 하자 아빠는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엄마는 “그렇지, 봄엔 눈에 담는 시선마다 아름다움의 향연이니까.” 이에 저는 "봄엔 서로를 바라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쉽게 빠지니까 그런 게 아닐까요? 그래서 보는 것마다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는 거겠죠.”라고 말했죠.
서로의 눈빛에 빠져들기에 알맞은 봄, 저는 최근 알게 된 ‘밀월 시기’라는 단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밀월 시기(蜜月時期): 타인과 가까운 인간관계를 맺은 직후 등에 나타나는 특히 성실하고 가까운 기간.’
타인과 가까워지고 난 뒤, 마치 꿀처럼 달콤한 시간. 주로 신혼 직후의 애정이 각별한 시기를 말한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처음 맺는 관계 속에서도 급속도로 친해졌던 시기가 한 번씩은 있었을 겁니다. 나를 보는 호기심과 관심의 눈빛에서 제철에서 나는 딸기 내음이 나던 때 가요. 그야말로 서로에게 성실했던 그런 기간을 말이죠.
성경 구절에서는 이런 열심을 넘은 성실한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여호와의 자비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이 크도소이다” (예레미야애가 3:22-23 KRV)
아침마다 새로운 창조주의 성실한 사랑처럼, 다가오는 봄날 주변의 관계 속에서 문득 성실했는지 고민해 봅니다. 성실이라는 태도는 일이나 공부처럼 생산성을 발휘해야 할 때 주로 들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일을 할 것, 성실히 임할 것. 반면에 타인에게 성실해라, 성실을 다해서 배려해라 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관심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행동이 앞서기 마련이고, 그래서 저절로 열심이 되곤 하는데 말이죠.
봄이 문틈 사이로 다가오려다 잠시 주춤한 듯합니다. 사람의 눈빛이 제철인 시기가 오기 전에, 내가 맺고 있는 사람들과 한번 달콤한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서로 주고받는 정 속에서 향긋하고도 달콤한 내음을 맡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