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시간에 내 아이의 독일어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우리 가족 놀이시간
독일 시립 도서관 카드 만들기
우리 가족이 독일로 이주하고, 거주 비자인 블루카드 비자 (Blue Card)가 나오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독일 시립 도서관 카드 만들기였다. 입독 초반에는 도서관증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분증(여권, 거주 비자), 수수료(무료부터 10유로 내외) 등이 필요하다.
독일에서 영어책은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나는 국제 학교 재학 중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영어책을 주로 대여했고, 독일 아마존에서 구입하여 읽었다. 그리고 선배맘들에게 저렴하게 박스째로 구입해서 책을 읽도록 했다. 독일어 책은 매번 구입하는 데 부담을 느껴서 독일 시립 도서관을 더 자주 이용하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없는 책은 구입을 하기도 하고, 한 도서관에는 없는 책이 다른 도서관에는 있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는 도서관 카드만 6개가 있다. 6군데 근처 마을 도서관에 다 등록이 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는 독서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어렸을 때 독서의 매력에 충분히 빠지지 않았던 사람은,
결코 성인이 되어서 그렇게 되기가 힘들다.
언어도 어릴 때 결정적 시기가 있듯이, 독서력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어린 시절 12세 즈음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 때문에 독일로 건너왔고, 독일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칸트, 데카르트, 괴테 등의 각종 철학서를 독일어로 섭렵했고, 독일에서 토론과 철학적 질문을 통해 사고하는 법을 배우고 자라며 독일 대학에서 공부를 하셨다고 한다. 얼굴색, 머리색 까만 동양 남자아이가 독일 서점에서 독일어로 된 철학서를 읽고 있을 때의 얼마나 짜릿했을까.
아이들이 처음 독일에 왔을 때는 국제학교에서 영어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당시 좋아했던 책이 그 유명한 옥스포트 리딩트리 (Oxford Reading Tree)였다.
이렇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영어로 먼저 읽히고 나서, 그에 맞는 음원을 구해서 음원과 함께 집중 듣기를 충분히 하도록 했다. 그 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들을 파악한 뒤, 그 책들의 독일어 번역본을 찾는 것이 엄마인 나의 주된 임무였다. 찾아보니 독일에도 독일어 번역본과 워크북까지 판매하는 곳이 있어서 전부 구입해 독일어 기초를 다졌다.
엄마표 영어 관련 책들이 국내에는 엄청나게 많고, 그 책들에는 아이들이 흥미 있어할 만한 좋은 영어 원서에 대한 안내가 참 많이 되어 있다. 그 책들의 목록을 구한 뒤, 영어로 읽히고, 이후에 독일어 번역본을 읽도록 했다. 독일어 책을 읽기 전에는 Audible 사이트에서 독일어 책 음성본을 먼저 듣거나, 들으면서 책을 함께 보는 형식으로 언어와 친숙해지도록 했다. 그리고 집에서 보는 모든 영상물은 (Netflix, Disney Plus, YouTube 등) 영어 또는 독일어 음성으로만 들었다.
보드게임
독일 시립 도서관 중에는 다양한 보드게임을 전시하고, 이를 무료로 대여를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독일의 겨울은 길고, 오후 4시 - 5시경에 이미 해가 빨리지고, 아침에 동트는 시각도 늦어진다. 또한 흐리고 비 오는 날씨가 많은 독일에 살다 보면 사람들이 할 일이 없어서 하루 종일 맥주 한잔, 차 한잔, 빵 한 조각, 보드게임 등을 테이블에 놓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독일에는 흐린 날씨 덕분에(?) 철학자가 유난히 많이 배출되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보드게임에 진심인 독일은 종종 보드게임 축제도 길거리에서 벌어진다.
독일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 책뿐만 아니라 보드게임도 함께 빌려 우리 가족 놀이 시간에 다양하게 시도를 해보았다. 독일어로 된 보드게임 설명서를 읽고, 새로운 규칙을 익히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고, 때로는 인내심이 필요한데, 그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이 독일어에 더 친숙해지고, 인내심, 성취감을 느끼기를 바랐다. 복잡한 게임 설명은 유튜브에서 영어나 독일어로 된 영상을 찾아보고 이해해 가면서 하나씩 해보았다. 그렇게 보드게임이 가족의 오락거리 문화로 자리 잡았고, 우리 가족은 평일 저녁이나 주말 여가 시간에 각종 보드게임을 함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카탄 (Catan), 티켓 투 라이드 (Ticket to ride Europe), 루미큐브, 젠가, 할리갈리, 모노폴리(Monopoly), Mensch ärgere dich nicht, 체스 (Schach) , 바둑, 오목 외에 도서관에서 빌린 다수의 다양한 보드게임들... 여행지에서도 가볍게 들고 다니며 저녁 식사 후에 함께 보드게임을 즐긴다.
한국에는 보드게임방이 참 잘 되어 있는데, 한국 방문에서도 이러한 문화는 이어져서 사촌 동생들과도 다 같이 한국의 보드게임방에 가서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보드게임뿐만 아니라 요새는 한국에서도 방탈출 게임 (Escape Room)이 유행인데, 이는 독일에도 있다. 각종 힌트를 찾아서 방을 탈출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고, 아이들은 재미있어했다.
큐브(Rubik's cube, Würfel)
최근 한국 여행 이후에 아이들은 큐브 조립법을 스스로 터득해서 큐브(Rubik's cube, Würfel) 조립이 또 다른 취미가 되기도 했다. 보드게임 설명서를 열심히 보거나 관련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규칙을 이해하는 훈련이 평소에 되어있다 보니, 한국에서 큐브를 가르쳐달라는 사촌 동생의 부탁에 아이는 스스로 유튜브에서 큐브 규칙을 찾아보고 방법을 터득했다. 처음 큐브를 맞출 때는 영상을 보고 했지만, 요리조리 다양한 케이스별로 영상을 찾아보더니 나중에는 혼자서 맞추기 시작했고, 곧 1분 내로 금방 조립이 가능하게 되었다. 형이 큐브 맞추는 것을 본 동생도 형에게 배워서 큐브를 맞추기 시작, 이제는 쉬는 시간이나 차량 이동시간에 아이들 손에서 큐브를 빼놓을 수는 없게 됐다. 이렇게 또 하나의 취미가 탄생했다. 스스로 원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 자료를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몰입하는 시간과 집중력, 작은 성취감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
큐브에 대한 흥미를 유지해주기 위해 스마트 큐브(Smart Cube)라는 것을 사주었다. 큐브와 앱이 연동이 되어 큐브 조립 과정이 레코딩도 되고, 자신의 기록도 저장이 된다.
가장 좋은 점은 다른 사람과 온라인에서 매치 게임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큐브에 대한 성취욕, 승부욕을 자극시켜서 아이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독일에서 빠질 수 없는 체스
https://brunch.co.kr/@vinsmama/20
온라인 게임
온라인 게임도 가족이 함께 즐기는데, 대표적인 것이 카훗 (Kahoot it)과 Among Us (마피아 게임)이다. 카훗의 경우에는 독일 교육에서 수업 시간에도 많이 활용이 된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문제를 함께 풀어도 되고,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풀어보게 할 수도 있다. Among Us(어몽어스)는 마피아 형식의 사회적 추론 게임이자 생존게임이다.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인데 임포스터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에는 이 어몽어스 게임을 모티브로 해서 방탈출 게임을 만든 곳도 생겨났다. 런닝맨 등의 예능에서도 몸으로 하는 두뇌 게임이 많이 소개되다 보니 이제는 이런 온라인 게임들이 현실 세계에서도 다양한 형식으로 활용이 되는 추세인 듯싶었다. 아이들과 해보기에도 참 재미있는 게임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 가족과 함께 하는 놀이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해주어야 할 부모의 의무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양질의 책이면 좋지만, 만화책이나 재밌는 흥미 위주의 책, 판타지 등도 아이들이 흥미 있어하고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오케이 했다. 몰입과 성장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덕질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즐거운 독서 덕질이 평생의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