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ster(12월 31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고, 늘 놀라고 황망한 가슴을 끌어안고 가슴 졸이며 보내야 했던 지긋지긋한 12월이 저물어가고 있다. 예정된, 해야 할 일들을 꾸역꾸역 하면서도 가슴 한켠이 묵직하게 아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 어느덧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한국 시간으로 2025년 0시에 보신각 종을 울리는 장면은 독일 시간 31일 오후 4시 경이어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유튜브로 함께 보며, 소원을 빌었다.
보신각 종은 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중요한 문화적 행사 중 하나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보신각에서 종을 울리는 의식이다. 매년 12월 31일 밤에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종을 33번 울리는 전통적인 행사이다.
그리고 독일에서도 자정이 되어 지금 막 새해를 알리는 불꽃놀이가 곧 시작되었고, 온 동네가 폭죽 소리로 시끌시끌하다.
Silvester
질베스터
독일에서 새해 불꽃놀이는 매우 인기가 높고, 전국적으로 큰 축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실베스터(Silvester), 즉 12월 31일 밤에 새해를 맞이하는 이벤트로, 독일 사람들은 친구나 가족과 함께 불꽃놀이를 즐기며 새해를 기념한다.
독일에서는 불꽃놀이에 대한 규제가 있으며, 12월 31일과 1월 1일에만 개인적인 불꽃놀이가 허용된다. 나도 처음 독일에 왔을 때는 이 생소한 문화가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서 레고랜드 불꽃놀이 행사장에 일부러 찾아가 보기도 하고, 큰 대도시에서 직접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방문한 적도 있다. 특히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근처에서 열리는 불꽃놀이와 새해맞이 파티는 유명하다. 이곳은 대규모 공연과 함께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며, 사람들이 모여 새해를 축하한다.
그러나 연기와 소음에 민감한 사람들을 위해 일부 지역에서는 불꽃놀이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환경 오염도 그렇고, 매년 일어나는 안전사고 문제와 소음 문제로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불꽃놀이 문화가 별로다. 특히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보니 어린 아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밤새도록 시끄럽게 터지는 폭죽 소리가 반갑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우리 집 강아지가 불꽃놀이 소음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관련 영양제를 구입해서 강아지 시터에게 맡겼다. 이번에 연말 여행으로 강아지가 우리 집에 함께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집 강아지는 처음에는 하울링을 좀 했지만 이내 익숙한 시터분들이기에 안정을 찾고 잘 먹고 잘 자고 품에 쏙 안겨 생활하고 있다.
한편 실제로 최근 내가 사는 동네 커뮤니티에서는 폭죽을 하지 말자는 의견을 낸 거주민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의 의견을 반박하고 조롱하는 일이 있었다. 1년에 한 번 하는 축제인데 동물이나 어린아이 때문에 못한다면, 크리스마스트리도 야외 전등 장식도 불빛 공해이고 하지 말지 그러냐는 식으로 반발하는 논란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불꽃놀이가 허용된 날만 폭죽이 터지는 게 아니라 보통 3-4일 전부터도 폭죽을 터트리다 보니 최근 동네에 말이 그 소리에 놀라 300미터를 마구 달리게 되면서 말 위에 타고 있던 사람이 떨어진 채로 계속 끌려가다가 크게 다친 인재 사고가 발생해 또 한 번 마을이 뒤집어졌다.
독일살이 몇 년이 지난 후부터는 총성처럼 울리는 폭죽, 너무 위험한 상황들을 여러 번 목격하게 되면서 이 시간에 특히 대도시 주변에서 차를 운전하는 것과 사람이 많은 장소를 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집 주변에서도 개인 가정들이 폭죽을 터뜨리다 보니 남의 집 정원으로 폭죽 잔해가 들어가 화단을 망치기도 하고, 주차된 자동차나 건물을 손상시키기도 하다 보니 좀 더 안전 지침과 규제가 생기고 관리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과 함께 폭죽을 터뜨리며 다가오는 새해의 소망을 함께 빌면서 희망을 품는 취지의 불꽃놀이 문화가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의미 있게 이루어지면 더 좋지 않을까. 전 세계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놓여있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흥겨운 폭죽보다는 조용히 자중자애하며 내일을 기약하고 싶다.
자중자애(自重自愛) : 자신의 행동을 신중하게 하고, 자기 자신을 잘 돌보며 살아가라는 의미
하루가 지나고 뉴스를 보니 독일에서만 5명이나 사망사고, 그리고 수많은 부상자와 화재 사건 등이 있었다.불법 폭죽의 사용 및 제조로 인해 법적 규제를 무시한 행위가 참사를 초래했다. 특히 F4급 폭죽이나 구체 폭탄 같은 고위험 폭발물은 일반인이 사용할 수 없으며, 사용 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사용이 되었다.
주요 사건 요약:
1. 사망 사고
• 오샤츠(Oschatz): 45세 남성이 F4급 대형 폭죽을 터뜨리다가 사망.
• 하르타(Hartha): 50세 남성이 폭죽 사고로 사망.
• 게제케(Geseke): 24세 남성이 불법 폭죽으로 추정되는 폭발물로 사망.
• 함부르크: 20세 남성이 자작 폭죽 폭발로 사망.
• 브란덴부르크: 21세 남성이 불법 사용된 ’구체 폭탄(Kugelbombe)’으로 사망.
2. 재산 피해 및 부상
• 베를린: 불법 구체 폭탄으로 인해 다수의 건물이 파손되고, 36가구가 집을 잃음. 사람들 중 중상자가 발생, 그중 한 명은 어린아이.
• 로스토크: 10세 소년이 폭죽 사고로 중상.
•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수백 건의 폭죽 관련 부상 및 화재 사건이 보고됨.
3. 기타 문제
• 불법 폭죽 제조 및 사용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
• 경찰 및 소방관들은 수백 건의 사건에 출동해야 했으며, 쓰레기통, 나무, 발코니 화재도 빈번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