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구합니다 — 독일식 자기소개 문화

Wohnung gesucht

by 빈스


몇 년 전 독일에서 처음 집을 임대하며 세입자를 구해야 했을 때,

나는 단순히 “광고를 올리면 연락이 오겠지”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의 경험이 그 기준이었다.

집주인이 매물을 올리고, 세입자는 조건을 보고 연락한다.

그다음은 가격과 날짜를 맞추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일.



처음 광고를 올린 곳은 ImmobilienScout24였다.
독일에서 가장 큰 부동산 플랫폼이다.

광고를 올리고 꽤나 많은 문의 글이 계속 올라왔다.


“문의가 이렇게 많이 온다고?”

메시지를 하나씩 열어보는데,


Is it still available?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글을 쓰는 사람은 드물다는 걸 알게 됐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거의 자기소개서를 썼다.

저희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무기한 계약 정규직입니다.

월 순소득은 ○○유로입니다.

아이는 한 명이고, 반려동물은 없으며,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장기 거주를 희망합니다.


문장을 읽다 보니 집을 보여주는 입장이 아니라
사람을 채용하는 기분이 들었다.

소도시는 이 정도는 아닌데, 대도시에서는 워낙 집을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문화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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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호기심에 Kleinanzeigen을 열어보았다.

거기서 나는 부동산 사이트와는 달리

검색창에 “Wohnung”(아파트) 을 치면
집을 파는 광고뿐 아니라 이런 제목이 보인다. "Wohnung gesucht."

“집을 구합니다.”



사진에는 가족사진, 아이나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 개인 사진 등이 올려져 있다.

개인 정보 공개를 꺼리는 경우에는 실물이 아니라

본인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이미지를 올려놓은 경우도 있다.


바로, 세입자들이 스스로 자신을 광고하고 있었다.

글을 읽어보면 더 흥미롭다.

“저는 32세 교사이며 무기한 계약입니다.”
“저희는 IT 분야 맞벌이 부부입니다.”
“월 순소득은 6,500유로입니다.”
“흡연하지 않으며 악기를 연주하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없습니다.”

어떤 글은 방 개수와 희망 평수,
허용 가능한 월세 범위까지 구체적으로 적는다.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이런 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예전에 한국에서 거의 본 적 없는 장면이다.
집주인이 광고하는 건 익숙하지만,
세입자가 자신을 홍보하는 문화가 낯설었다.


임대인 입장에서 조건이 꽤 좋은 임차인들에게 나도 몇 번 러브콜을 보내보았다.

하지만 답변은 정중한 거절.

대부분의 이유는 바로 시내 중심가라는 위치를 원하고 있었다. 우리집도 뮌헨 지역 S반이 다니는 중심가라면 중심가인데, 고소득 2인 가구는 아무래도 직장이 가까운 정말 찐 중심가를 선호하는 듯 했다.


어쨌든 우리집 조건에 잘 맞는 세입자를 다행히 금방 구할 수는 있었지만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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