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임대 매물을 고르기

선택 기준

by 빈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독일에서도 부동산 투자, 임대, 경매부터 주식, 코인 등에 대한 투자 서적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일은 임대인에게 불리하다, 취득세가 높다,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세가 세다, 세입자를 쉽게 내보낼 수 없다… 이런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실제로 독일은 세입자 보호가 강한 나라다. 민법(BGB §535 이하)에 임대차 규정이 매우 촘촘하게 들어가 있고, 정당한 사유 없는 해지는 거의 불가능하다. 자가 사용(Eigenbedarf) 같은 사유가 아니면 사실상 장기 거주가 기본값이다.

취득세(Grunderwerbsteuer)도 주마다 다르지만 3.5%에서 많게는 6.5%까지다. 여기에 공증비, 등기비까지 합치면 매입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다. 임대소득은 누진세 구조로 과세되고, 임대료 인상도 Mietpreisbremse나 비교임대료(Mietspiegel) 체계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도 임대인이 존재한다.

독일은 규제가 강한 대신 구조가 명확하다. 감가상각(AfA)으로 건물가액을 매년 비용 처리할 수 있고, 10년 이상 보유 후 개인 자산 매각 시에는 일정 요건 하에 양도소득세가 면제되기도 한다(§23 EStG). 월세는 폭등하기 어렵지만, 대신 급락도 쉽지 않다. 이 시장은 공격적인 단기 수익이 아니라, 길게 가는 구조다.



부동산 관련 서적을 들춰보면 법 설명서가 대부분이지만, 임차인을 고르는 법, 분쟁 사례, 네벤코스텐 정산 실수, 하자 보수 분쟁 같은 실전 팁을 다룬 책들도 적지 않다. 댓글을 읽다 보면 여기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상대하는 일이라 트러블이 많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가끔 이런 것들을 읽다 보면 현실 타격이 세게 온다. 어쩌다 한국도 아니고, 낯선 독일에서, 소시민 주제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실거주 집도 사고, 임대 물건까지 사서 이러고 살고 있을까. 부동산은 주식처럼 버튼 하나로 팔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실물이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그만큼 무겁다. 보험, 세무, 관리비(Hausgeld), 수선충당금(Instandhaltungsrücklage), 관리회사(Hausverwaltung)와의 소통… 끝없는 행정이 따라붙는다. 이민 생활 자체도 버거운데 왜 여기에 이런 숙제를 더 얹었을까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우리가 독일에 와서 첫 임대집에 세입자로 들어갔을 때, 살면서 그리고 나오면서 겪었던 여러 불협화음이 결국 방향을 정해주었다. 그래서 더더욱 내 한 몸 편히 눕힐 수 있는 내 집 마련을 추진했던 것이고.. 임대차 계약은 종이 몇 장이지만, 그 안에는 권리와 의무가 촘촘하게 들어 있다. 퇴거 시 원상복구 범위, Schönheitsreparaturen 조항, Nebenkosten 정산 기한, 보증금(Kaution) 반환 시점… 하나하나가 다 민감하다. 그 경험이 있었기에 “내 한 몸 편히 눕힐 집”을 갖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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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사람 보는 안목도 키워야 하고,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임대하는 부동산의 위치, 대상을 잘 선정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임대 목적 투자로 작은 원룸을 산다고 해보자. 독일 대도시에는 기관 투자자나 대형 건설사가 마이크로 아파트, 오피스텔형 소형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한다.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물건은 수익률 계산은 깔끔해 보이지만, 실제 운영은 생각보다 다르다.

1인 가구는 이동성이 높다. 학생, 직장 초년생, 단기 파견 근로자 등. 이동이 잦으면 공실 가능성도 높아진다. 공실은 곧 현금 흐름 중단이다. 대형 사업자는 시스템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개인 임대인은 공실 몇 달이 체감이 다르다.


반면 방 3개 정도의 신축 아파트는 수요층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가족 단위, 장기 거주 희망 세입자. 독일은 전반적으로 임차인 보호가 강하기 때문에, 한번 들어오면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공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리 스트레스가 다르다.

대형 단지의 경우 전문 관리회사(Hausverwaltung)가 있고, 정기적인 입주자 회의(WEG-Versammlung)가 열리며, 엘리베이터 수리, 외벽 보수, 단체 보험, 제설 작업 등 공동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Hausgeld 중 상당 부분은 운영비로서 Nebenkosten에 포함되어 임차인에게 전가 가능하다. 물론 수선충당금이나 일부 항목은 집주인 부담이지만, 최소한 행정 스트레스는 분산된다.


소단지나 자가 관리 구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잔디 관리 업체 선정, 외벽 보수 비용 협의, 보험 갱신, 분쟁 조정… 집주인이 직접 뛰어야 할 일이 많다. 독일어가 능숙하고 현지 네트워크가 탄탄하며 직접 관리하는 걸 즐긴다면 모르겠지만, 우리처럼 멀리 살고 시간 여유가 많지 않은 경우에는 대단지 신축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결국 이 모든 건 정답이 아니라 성향의 문제다.

법을 모르면 위험하고, 법만 믿고 사람을 무시해도 위험하다.
수익률만 보면 마음이 흔들리고, 감정만 앞세워도 계산이 틀어진다.

낯선 나라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며 부동산까지 얹어버린 삶이 때로는 과하다고 느껴지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모든 시행착오가 우리 삶의 두께를 조금씩 두텁게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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