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변경 시 집주인이 놓치지 말아야 할 일
독일에서 집을 임대한다는 건 단순히 월세를 받는 일이 아니다. 특히 세입자가 바뀌는 시점이 되면 관리비 정산이라는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독일의 월세 구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Kaltmiete(칼트미테)와 Nebenkosten(네벤코스텐).
칼트미테는 말 그대로 ‘차가운 임대료’, 즉 공간 사용에 대한 순수 임대료다.
반면 네벤코스텐은 건물 운영과 유지에 필요한 부대비용이다. 여기에는 난방비, 온수, 수도, 쓰레기 처리비, 건물 청소, 정원 관리, 보험료, 엘리베이터 유지비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된다. 세입자는 매달 이 비용을 ‘선납’(Vorzahlung)하고, 1년에 한 번 실제 사용량을 기준으로 정산을 받는다. 많이 냈으면 환급, 적게 냈으면 추가 납부. 이 구조가 독일식이다. 한마디로 관리비 원천징수 후 연말 정산 하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되겠다. 한국에서는 그냥 사용한 만큼 월별로 매번 다르게 정산이 되어 고지서가 날아오니 편한데, 여기는 일단 1년 치 사용량을 추정하고 매달 똑같이 관리비를 내고 1년 후에 정산을 하다 보니 너무 불편하다.
문제는 세입자가 중간에 바뀔 때다.
연간 정산 체계에서는 보통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가 하나의 청구 기간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 3월 어느 날에 세입자가 퇴거하고 새로운 세입자가 입주한다면, 그 해의 난방비와 수도비는 누구에게 어떻게 나눠야 할까?
이때 등장하는 것이 ‘중간 정산(Zwischenablesung)’이다.
Häufige Fragen für Sie beantwortet.
원칙적으로는 세입자 변경일에 맞춰 계량기를 한 번 읽고, 그 날짜를 기준으로 소비량을 분리한다. 이전 세입자는 그 날짜까지 사용한 만큼만 부담하고, 새로운 세입자는 그다음 날부터의 소비를 부담한다. 말은 간단하지만, 기술적으로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독일에는 예전 방식의 난방 계량기가 있다. 라디에이터에 유리 앰플이 달려 있고, 열에 의해 액체가 증발하는 정도로 사용량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 장치는 난방을 사용하지 않아도 일정량이 자연 증발한다. 그래서 특정 날짜에 중간 판독을 하면 실제 사용량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경우에는 중간 판독을 생략하고, VDI 도수일표(Gradtagzahl)라는 평균 난방 사용 통계를 적용해 계산한다. 기술적 계산을 통해 분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신축 아파트는 다르다.
우리 집처럼 원격 전송 방식의 전자식 계량기가 설치된 경우에는 날짜별 사용량 저장이 가능하다. 관리업체(예를 들어 ISTA)에서 퇴거일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연말 정산 시 해당 기간을 정확히 나누어 계산한다. 증발식 계량기처럼 오차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거의 없다. 기술이 행정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 같은 외국인이 투자용 아파트를 구매할 생각이라면 신축이 편리하고 좋다. 세탁기 같은 걸 설치할 때도 대부분 표준품으로 통일되어 있어서 별도의 부품도 필요 없고, 웬만한 것들은 관리사무소에서 해결을 해주니 관리 부담도 적고, 가장 귀찮은 네벤코스텐 정산도 보통 원격으로 자동으로 자료가 관리사무소로 넘어가기 때문에 불필요한 검침에 신경을 덜 써도 되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집주인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의외로 복잡하지 않다.
첫째, 관리사무소(Hausverwaltung)에 세입자 변경 사실과 정확한 날짜를 통보한다.
둘째, 열쇠 인수인계 시점에 Übergabeprotokoll(인수인계서)에 난방·온수·수도 계량 수치를 기록해 두고, 해당 자료를 관리사무소에 전달해 준다.
셋째, 필요하다면 관리사무소가 계량업체(ISTA)에 중간 정산을 요청하도록 확인한다. (보통은 알아서 처리하므로 이 부분은 신경 안 써도 됨)
신축 원격 단지라면 대부분 날짜 통보만으로도 시스템이 자동으로 처리된다. 그렇지만 기록은 남겨두는 것이 안전하다. 독일은 모든 것이 문서로 움직이는 나라다. ‘기억’이 아니라 ‘기록’이 기준이 된다. 이렇게 해두면 추후 관리사무소에서 연간 정산서를 보내줄 때 해당 날짜를 기준으로 분리하여 보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