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eswettbewerb Mathematik Bayern 2023
23년 9월 새 학기가 시작하고, 큰 아이가 학교에서 종이 한 장을 가져왔다. 내용을 보니 수학 경시대회 문제였다. 수학선생님이 이 경시대회에 관심 있는 학생이 있냐고 묻길래 손들고 문제를 받아왔단다. 학급에서 혼자 (결과는 중요치 않다. 무언가에 해보겠다고 스스로 도전하고 시도해 보는 것 자체가 이미 매우 훌륭하다고 칭찬해 줬다.)
이 경시대회가 마음에 들었던 점은 오랜 시간문제 하나에 대해 스스로 해답을 내려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6개의 문제 중에 4개를 선택해서 풀이를 종이에 써서 우편으로 제출해야 하고, 1 라운드는 혼자 풀거나 최대 3명이 그룹으로 풀이해도 된다. 거기에서 수상자는 나중에 수학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는 초대장을 받게 되고, 2라운드는 각자 참가해야 한다.
아이들의 성장은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답을 보지 않고 스스로 오랜 시간 (설사 그것이 일 년이 걸리더라도) 몰입해서 생각하는 힘에서 나온다. 많은 문제를 풀이식을 보고 기계적으로 푸는 것은 독일에선 전혀 의미가 없고, 개인의 성장으로 봐도 전혀 적합하지 않다.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를 아들 둘이서 오랜 시간 서로 의논하며 의견을 나누고, 스스로 책을 찾고, 인터넷을 뒤져보며 수고하는 그 모습 자체가 매우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답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문제에 대한 답만 적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증명해야 하는데, 증명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두 아이에게 이번 과제는 도움이 되었다.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것에 취약한 편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아이들에게는 큰 과제였을 것 같다. 맞던 틀리던 스스로 해보도록 격려해 줬다. 그렇게 10월 말에 답안을 작성해서 11월 초 마감일 전까지 우편으로 보냈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어느덧 겨울 방학을 한 주 앞둔 12월, 학교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결과는 2.Preis. 그리고 두 번째 라운드를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2라운드 문제는 온라인에 공유할 수 없도록 되어있고, 팀별이 아니라 각자 개별로 참가 가능하며, 2월 초까지 우편 송부하도록 되어 있다.
슬쩍 보니 아직 학년이 어리기 때문에 고학년에서 배우는 개념들도 있어 수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수학경시대회는 대체로 많은 양의 문제와 정답 위주이지만 독일 수학 경시대회는 최대 3-4문 제 만 풀도록 하며, 각 문제 당 사용되는 여러 수학적 근거와 논리를 다양한 각도에서 적고, 참고한 문헌도 모두 적도록 되어 있었다. 정답만 적으라고 했다면 맞았을 문제인데 이를 수학적 논거를 바탕으로 증명하는 것이 어려워 답을 알지만 결국 적어내지 못한 문제도 있다고 하니 한국과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나의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하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두뇌는 풀가동이 될 것이고, 이 몰입의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아이들의 성장에 엄청난 거름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