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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s Oct 26. 2023

육아에 약간의 결핍이 필요한 이유

도파민의 농간


요즘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의혹과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돈과 명예, 명성까지 두루두루 다 갖춘 유명인들이 때로는 좋지 않은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오랜 무명 기간을 딛고 하나씩 차근차근 성공의 궤도를 밟아온 사람과 갑작스럽게 폭발하는 성공의 맛을 본 사람들에게서 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도파민(영어: Dopamine)은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로서, 아드레날린노르아드레날린전구체이기도 하다. 의욕, 행복, 기억, 인지, 운동 조절 등 뇌에 다방면으로 관여한다. 에 도파민이 너무 과도하거나 부족하면 ADHD, 조현병, 치매, 우울장애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나무위키)


의학을 잘 모르는 나도 기분 좋은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되어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이러한 자극 신경 물질이 한순간에 너무 크게 분비가 되어버리고, 그것이 만성화될 경우 자극의 역치가 높아져서 나중에는 웬만한 자극에는 기분 좋은 흥분감(행복, 의욕, 희망 등)이 들지 않아 일상이 지루해지고 심하면 우울해지는 증상까지 발현되게 된다. 원래 아주 강한 자극 후에 떨어지는 도파민 수치는 그 간격으로 인해 반대급부로 우울이나 불안, 절망감, 무기력 등을 선사하기도 한다.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다는 말 또한 일맥상통한다. 처음에는 1만 가져도 행복했던 것이 나중에는 10, 100, 1000, 10000을 가져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이.


그래서 어린 시절의 너무 빠른 성공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을 다룰만한 그릇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미성숙했을 때 이룬 갑작스러운 부와 명예, 성공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리거나 감정적으로 우울장애, 자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은 바라는 것이 있고, 욕망이 있어 그것을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작은 성취를 해나가는 그 과정 안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작은 성공이라도 그것을 이루기 전과 이룬 순간, 이루고 난 후에 일상이 되어버린 시간 사이에 감정 변화의 차이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갈망이 있을 때는 결핍이 삶의 원동력이 되어 에너지 있게 움직이고, 마침내 그것을 이루었을 때는 도파민의 분비와 함께 큰 성취감, 만족감을 누리게 되지만, 그 호르몬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곧 떨어지기 때문에 성취 순간의 기쁨이 계속 유지되지는 않더라는 것을 우리는 많이 겪어봤다. 그래서 그다음 목표, 다음 성취를 향해 다시 달려 나아가게 되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갑작스러운 성공을 맛보면 그다음 단계의 자극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고, 오히려 원동력을 잃거나 허무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책이나 명상, 평소에 작은 소확행 등으로 자아를 탄탄히 하고, 감사하고 타인을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소소한 행복의 빈도가 높았던 사람이라면 눈에 보이는 성공이나 성취감만이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성공에도 자신을 통제할 줄 알고, 과하게 감정적으로 변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 성공을 두려워하거나 조심하는 행보를 보인다. 큰 행운을 다룰 수 있는 그릇이 된 사람은 그 행운을 큰 그릇 안에 고이 잘 보관하겠지만 간장 종지만 한 그릇을 가진 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한 순간에 큰 비수가 되어 자신을 찌르기도 하더라는 것이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들에는 꼭 불운도 함께 온다는 것이다. 큰 행운을 거머쥘 수 있는 그릇이 되는 자인지 하늘에서 점검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삶에서 갑작스럽게 나에게 찾아오는 벼락 행운, 대운이 오면 오히려 더 몸 가짐을 바르게 하고, 두려워할 줄 알며, 자중자애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육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해 본다. 아이들을 키울 때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들을 다 채워주며 키우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 약간의 결핍은 아이들에게 바람과 욕망을 주고, 그것은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절제하고 인내하며, 다소 어렵고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다루어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물심양면으로 아이에게 마치 별천지, 온실 속의 화초, 꽃길만 걷게 해주는 것이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오히려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일부러 결핍을 주면서 키우기란 참으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곧바로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을 잘 억누르고, 아이들이 그 빈곤의 시간을 잘 견딜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스스로 머리를 굴리고 노력하는 동기부여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 부모의 바른 자세가 아닐까... 연예인 마약 이슈를 보며 생각의 흐름이 여기까지 미치게 되었다.


한국에 비해 청소년 음주문화가 개방적이고, 성이나 마약도 규제가 약하다 보니 청소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제 슬슬 걱정도 된다. 독일에서 흔하게 난다는 대마 피우는 냄새를 나는 맡아본 적도 없고, 생긴 것도 몰라서 옆에서 누가 피우고 있어도 알아채지도 못할 것 같은데 말이다. 얼마 전 독일 학교 부모 게시판에 마약 관련 부모 교육 안내문이 올라왔다. 독일 시골 동네 시청에서 저녁에 청소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마약 관련 교육을 시키고, 만약 자신의 자녀가 마약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경우의 대처 방법 및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동네 뉴스를 종종 살펴보는데, 이 작은 독일 소도시 시골동네에서도 청소년들끼리 마약을 기차역 등의 주변에서 거래하고, 그것을 경찰이 적발해 조치를 취했다는 내용이 올라온다. 한국도 이제는 마약 규제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텔레그람 등을 통해서 비대면으로 마약 등을 쉽게 접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니 어디에서건 부모들의 관심과 역할이 더 중요해진 때가 아닌가 싶다.


청소년 마약과 관련한 부모 교육 안내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나의 욕망이나 욕구가 한순간에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탄하기보다는 100세 시대에 나중을 위해 더 맛있는 사탕은 조금 남겨두고 있는 것이라고 위로하면서 한 단계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이 과정 자체가 즐겁고, 행복하고, 평온한 것이라고 다독여본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고 한다. 나의 잔잔한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주는 것들(예를 들어 식물 키우기, 강아지랑 산책하기, 아이들이랑 보드게임 하기 등)을 자주 나를 위해 만들어줘야겠다.

커피를 마시다 우연히 만들어진 하트 모양에도 행복


가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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