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언어 학급(Bilinguale Klasse) 후기
어제는 이번 연도 두 번째 학부모 상담(Elternsprechtag)이 있던 날이었다. 큰 아이의 바이링구얼 클래스 선생님과도 면담 약속을 잡았더랬다. 선생님은 밝고, 이해심이 많고, 정도 많으시며, 영어 전공이라 그러신 지 훨씬 더 오픈 마인드로 느껴지는 좋은 분이다. 큰 아이가 처음 입학했을 때부터 2년 간 담임 선생님이셨고, 이후에도 11학년까지는 바이링구얼 담당 선생님으로 인연을 계속 이어나갈 분이시기도 하다.
여기서 잠깐! 독일 김나지움의 바이링구얼 학급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지난 포스팅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vinsmama/15
다른 주와는 달리 독일 바이에른주 나의 아이들이 다니는 김나지움에서는 5학년 처음 입학 당시에 초등학교인 그룬트슐레 성적을 바탕으로 해서 영어로 수업하는 바이링구얼 학급 학생을 뽑지 않는다. 주마다 학교마다 뽑는 시기, 방법, 운영 기간, 과목 등이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이중언어 학급이 존재하지 않는 학교도 많이 있다. 그래서 김나지움 입학 전에 미리 이러한 내용들을 확인하고 원서를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쨌든 이 학교는 김나지움 입학 후에 5학년, 특히 6학년 영어 성적 및 주요 과목 성적을 보고, 신청자 중에서 선별을 해서 7학년부터 11학년까지 지리과목과 역사과목에서 운영이 된다. 큰 아이 학년에 총 4개 반이 있는데, 학급 당 대략 7명 정도 아이들이 선출되어 28명 정도로 이중언어 1개 반이 꾸려졌다. 기존의 학급은 그대로 유지가 되고, 지리 또는 역사 수업 시간에 반을 이동하여 수업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큰 아이 말로는 이중언어 학급 분위기가 더 조용하고, 좋은 편이라고 한다. 추가 수업이 일주일에 한 시간이 더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학급에서는 학교 뒤에 자리한 숲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야외 수업을 하기도 했다. 독일어가 아닌 영어로 배우는 1년 차이기 때문에 교사도 너무 무리하게 시험을 보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신 간단한 지필시험과 영어로 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서 발표해야 하는데, 바이링구얼 수업에서 이 프레젠테이션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단다. 일반 영어 수업에서도 프레젠테이션을 하지만, 이 반에서 과목 주제로 한 번 더 하게 되는 것이다. 어제 선생님말씀으로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영어 프레젠테이션에 긴장도 하고,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매우 발전된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5, 6학년 때 영어를 처음 접한 독일 아이들의 경우에도 큰 아이 말로는 이제 영어를 잘한다고... 역시 독일어를 기반으로 하면 영어가 금방 는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가보다. 우리 아이들도 독일어를 거의 모른 채 국제학교에서 독일 학교로 전학했을 때, 독일어가 금세 쑥쑥 느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언어라는 것은 배움에 끝이 없고, 평생 습득해야 할 것이지만 학교 학습을 따라가는 정도 수준에서는 독일 학생들이 영어를 따라잡는 속도는 매우 빠를 것으로 예상이 된다.
둘째 아이도 이중언어 반에 지원서를 제출한 상태였는데, 선생님께서 이미 큰 아이의 동생이라는 것도 알고 계셔서 어제 상담 때 작은 아이도 바이링구얼 학급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미리 말씀해 주셨다. 정식 발표는 핑스턴 휴일 (Pfingstferien) 직전이나 5월 중에 날 거라고 하셨다. 작은 아이는 영국으로 일주일 간 여행을 가게 될 것이라는 말과 야외 수업이 많다는 형의 말에 관심을 기울였더랬다. 둘째도 선생님께 이쁨 받고,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아쉬웠던 점은 둘째 아이네 반에서는 남학생은 아들 혼자만 가게 되어서 친한 친구랑 같이 수업을 못 듣는다는 점이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눈치다. 집 오고 가며 같이 친하게 놀던 친구 중 한 명은 6학년을 마치고 레알슐레로 전학을 가게 되어서 슬퍼했지만 학교 밖에서도 종종 만나며 우정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