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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s Apr 27. 2024

독일 청소년, 집안일을 도울 법적 의무 有

내가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이유


독일 연방법원은 만 14세 이상 청소년들에게 주당 7시간의 집안일을 돕는 것이 적절하다고 간주한다.

(Nach Vollendung des 14. Lebensjahres betrachtet der Bundesgerichtshof sieben Stunden Mithilfe im Haushalt pro Woche als angemessen. ) 그리고 이에 대한 대가로 용돈을 받을 권리는 없다.


물론 청소년 노동 보호법 (Jugendarbeitsschutzgesetz)에 의하면 청소년들이 학교 수업 전과 학교 수업 시간에 일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아이들의 학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이어야 하며, 노동력이 착취가 된다고 느낀다면 청소년은 청소년 복지 사무실(Jugendamt)에 신고할 수 있다.





나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이후부터는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집안일을 함께 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처음에 아이들은 하기 싫어하거나 당황할 수 있는데 나는 근거 자료로 이 독일 청소년법을 검색해 보도록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신이 아직 만 14세가 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도 군말 없이 소소한 집안일을 돕는다.


내가 집안일을 돕도록 시키는 이유는, 대학 입학 시 부모와 함께 살 지 않는 경우가 독일에서는 흔하고, 이에 대해 미리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생활 속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나 빈 병 판트(Pfand) 등에 대한 경험이 심지어 수학 과목처럼 현실 기반으로 문제를 내는 경우 배경 지식이 되기도 한다. 음료수를 살 때 처음에 공 병 값도 같이 지불하고, 나중에 빈 병을 다시 마트에 반납하면 그 공병값을 되돌려 받는 독일의 독특한 문화를 모르면, 그런 수학 문제를 이해하기가 힘든 것이다. 또한 아이들에게 일상 속에서 작은 책임감을 부여하고,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하는 소속감을 주는 것도 부모로서 가르쳐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집안일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강아지 케어하기

우리 가족은 저녁 식사 후에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곤 한다. 그동안은 강아지 케어를 내가 주로 다 해왔으나 이제는 산책할 때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강아지 발을 씻겨주는 역할을 맡게 한다. 강아지랑 산책하는 건 좋아하면서 발 씻기는 건 귀찮아하는 큰 아이는 처음에 입이 댓 발 나왔지만 이제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 이제는 내가 계속 강아지 발 씻기기에 당첨이 되면 큰 아이가 먼저 자신이 나 대신 씻겨주겠다고 제안을 하기도 한다. 규칙이기에 제안은 사양했지만 예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그리고 강아지 하루 한 끼는 아이들이 챙기도록 하고, 집 앞마당에 있는 강아지 배변은 주말에는 스스로 치우게 시킨다.



2. 샤워 후 샤워실 물기 닦기

예전에는 샤워하고 아이들이 너저분하게 해 둔 욕실을 내가 치웠지만 이제는 샤워실 물기 제거하는 방법, 물기 제거 후에 마른걸레로 유리와 벽을 닦는 것까지 한 세트로 다 정리하고 나오게 가르치고 있다. 나중에 자취를 할 때 남자들이 제일 관리 못하는 곳이 화장실, 욕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수돗물은 석회질이 많아서 물기를 그대로 두면 허연 석회가루가 껴서 지저분해지고, 습하면 곰팡이가 잘 생기기 때문에 관리를 잘해야 한다.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


3. 식사 테이블 세팅 및 정리

식사 후에 다 먹은 그릇을 싱크대로 가져오는 것은 어릴 때부터 해왔던 습관이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식기를 헹구고 식기 세척기에 넣는 것까지 하도록 하고 있다. 식사 전에 테이블을 정리하고, 수저를 놓고, 다 된 음식들을 가져다 놓는 것도 기본이다.


4. 주말 분리수거(Mülltrennung)와 주중 쓰레기통 내놓기

주말에는 테니스 수업을 한 후에 큰 종이 상자들, 작아진 옷가지, 빈 유리병들, 건전지 등을 모아서 재활용센터(Wertstoffhof)에 가져다 버리는데 그때 아빠와 함께 가서 돕도록 시킨다.

독일의 쓰레기통 종류

우리 지역은 주중에는 2주에 한 번씩 일반 쓰레기통(Restmülltonne)을, 한 달에 한 번씩 종이 쓰레기통(Papiertonne)과 재활용쓰레기통(Gelbe Tonne)을 길거리에 내놔야 한다. 이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 다르기에 지역 규칙을 따라야 한다. 아이들은 하교 후에 집에 들어오기 전에 비워진 쓰레기통을 쓰레기통 정리 창고에 넣어두고 오도록 한다. 쓰레기통을 내놓는 것은 부모가, 뒷정리는 아이들이 하는 것이 규칙이다.


5. 자기 방 청소

아이들 방은 각자 스스로 주 1회는 청소기를 돌리고 이불이며 책상 정리, 쓰레기 버리기, 물건 정리 정돈하기를 하도록 한다. 물론 아이들 학교 갔을 때 내가 청소기도 돌리긴 하지만 되도록이면 지저분한 상태 그대로 두고 스스로 정리하도록 시키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침대 매트리스는 매트리스용 청소기로 먼지를 제거하도록 한다.




집안일 외에 학교 다녀오면 도시락통 내놓고, 숙제 끝마치고, 다음 날 학교 책가방까지 다 싸놓는 것이 루틴인데 이렇게 해 놓으면 아이들이 숙제를 안 해가는 일은 없다. 학교 다녀오자마자 밥 먹고 숙제부터 하는 것에 처음엔 불만이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해왔던 규칙이고, 심지어 친구가 놀러 와도 그 친구도 우리 집에

오면 같이 숙제부터 다 끝내야 놀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자연스럽다.


제일 잘 안되고 있는 것이 옷가지를 바르게 정리하는 습관이다. 겉옷까지는 옷장에 잘 넣어두는데 바지, 양말, 티셔츠는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그냥 대충 벗어던진다. 매번 내가 해줘 버릇해서 그렇다. 그래서 이제는 스스로 정리 다 할 때까지 쉬는 시간 없는 것으로 해서 내가 좀 더 귀찮더라도 꾸준히 잔소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속옷 넣는 빨래통, 양말 넣는 빨래통, 수건 및 걸레 빨래통을 각각 구분해서 빨랫감을 넣는 것은 이제는 잘 되고 있다.


한편 전기 레인지 사용법, 오븐 사용법 등도 알려주고, 간단한 떡국이나 라면 끓이기, 피자 데우기 등은 아이들이 해 먹게 한다. 아이들이 엄마가 없어도 스스로 어느 정도 요리도 해서 먹고, 빨래도 할 줄 알고, 정리 정돈도 할 줄 알게끔 잘 가르쳐서 성인이 되었을 때 당황하는 일이 없게 해 주자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아이들도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날이 오길 바란다. 이해 못 해도 어쩔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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