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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스 Sep 26. 2023

독일 국제학교에서의 3년,  그 후..

독일 국제학교 vs 독일 현지 공립학교, 선택의 기로에 놓이다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국제학교에 다녔고, 아이의 실력은 많이 향상되었다. 독일 국제학교에 다닌지 1년 차 부터도 같은 고민을 했지만 그 땐 분명 시기상조였다. 알파벳 abcd도 모르고 독일로 건너왔고, 국제학교에서도 초급자를 위한 반 ELS 반에서 파닉스부터 배웠던 터라 이 수준에서 다시 독일 학교로의 전학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정말 그렇게 되면 영어 공부도, 독일어도, 시간도 낭비한 꼴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독일어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일단 국제학교에 왔으니 영어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끌어올린 후에나 독일학교 전학을 고려해볼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아이들은 국제학교에 적응하고, 친구들과 플레이데이트, 생일파티 등을 하면서 학교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독일에 살고 있다. 국제학교 안에서만 일상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학교 밖은 언제나 독일어였고, 독일어를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 밖 방과 후 활동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독일어를 못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고국을 떠나 독일에 왔는데, 작은 섬에 아이를 가두어 놓은 꼴이 되는 것 같은 걱정이 시작됐다. 국제학교 안에서 물론 방과 후 활동이 많이 있다. 영어를 하는 아이들은 학교 안 프로그램에서 훨씬 더 안정을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학교 안의 방과 후 활동은 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힘들더라도 독일어로 가능한 요리 수업, 미술 수업, 휴가 프로그램, 체육 수업 등에 아이들을 보내서 꾸준히 독일어 노출을 늘렸다.


물론 국제학교에도 독일어 수업이 있다. 수업 시수는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아이들이 다닌 학교에서는 하루 1시간의 터무니없이 적은 시간이었다. 그마저도 독일 원어민 반과 외국인 반으로 나누어져 수업이 진행된다. 수준 차이가 나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일 원어민 반 수업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독일어 수준을 키우기에는 역 부족일 것이라 생각한다. 국제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독일 엄마는 나에게 자신의 아이들이 일반 독일 공립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 비해 독일어 수준이 떨어진다고 말해주었다.


Daf (Deutsch als Fremdsprechen : German as a foreign Langage) 외국인 독일어 반이었던 우리 아이들은 독일어 기초 정도만 뗄 수 있었다. 그마저도 매년 새롭게 독어를 모르는 신규 학생이 들어오니 수준이 더 높아지지 않고 기초만 반복하는 꼴이라 독일어 기초 교양 수준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국제학교에 잘 적응해서 아이들이 다니고 있었고, 유일한 걱정은 부족한 독일어였다. 이러한 나의 고민을 국제학교 교장 선생님과 상의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다음 학기 부터는 독어 수업을 강화할 거라고 말만 할 뿐, 사실상 큰 변화는 없었다. 단지 방과 후에 독일어 도우미를 고용해서 추가 시간도 제공해주기로 하였지만 안타깝게도 독일어 전문 교사도 아닐뿐더러 우리에게 유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렇게 고민이 깊어지 던 중에 우리는 독일에 실거주용 집을 구매하게 되었고, 3년만 살아보자던 입독 초반과는 달리 독일에서 이민을 확정하기로 결정을 했다. 독일에 살기로 결정한 이상, 독일어는 교양 수준이 아니라 깊이있는 학문이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만 했다. 게다가 아이들이 어느덧 초등 중고학년을 향해가면서 더 이상 결정을 미루기는 어려운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정착한 국제학교를 옮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잘못하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아이들의 자존감만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주변 국제학교 친구 엄마들 중에 독일인임에도 불구하고, 로컬 공립학교를 보냈다가 영어가 급 하강하여 다시 국제학교로 돌아오는 사례도 있었고, 독일인인이지만 아이들의 독일어 수준은 아무래도 일반 공립학교에 다니는 독일인 친구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말도 듣다보니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이 결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아이들의 영어가 주 언어가 되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초등 수준에서 영어의 고급화를 포기한 채, 다시 낯선 독일 학교에서 독일어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도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자식 문제이기 때문에 더 신중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선택의 기로에 놓인 나는 슐암트를 비롯해 주변 공립학교 학교장과 담당 선생님들과 상담을 다니기 시작했다. 신기하게 그 무렵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많이 변하기 시작했다. 절대 국제학교를 떠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독일학교로의 전학도 고려를 해보겠다고 하기 시작한 것. 가장 큰 이유는 국제학교 친구들은 주로 1-3년 안에 학교를 떠나는 경우가 잦았고, 이 나라에 오래 머무는 학생들이 아니기 때문에 어짜피 친구들이 들락날락한다는 점. 그리고 마침 새로운 학년 담임 선생님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평가가 최악인 선생님으로 그 선생님께 배운 많은 학생들이 독일 학교로 떠났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족이 이사를 해서 학교와의 통학 거리가 차로 20분 이상이 되었고, 고속도로(아우토반)에서 잦은 사고가 발생하여 생각보다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져 통학 스트레스가 커졌다는 점 등등의 이유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들이 이제는 때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주었던 것이다.


이 모든 신호들이 우리의 결정을 앞당겨주었고, 우리는 독일 국제학교에서 공립학교로의 전학을 감행하게 된다. 국제학교에 미리 그만둔다는 것을 이야기를 못했던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는 아까운 수업료 3개월치는 그대로 학교에 내고 나와야만 했다. 아이가 두 명이니 결국 국제학교 반 년 치 학비로 결코 적지 않는 금액을 포기하고 곧바로 옮겼다. 결정하기까지는 오래 시간 고민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장단점을 재지만, 결정한 후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실행하는 성향이 한 몫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인데, 아이 나이가 이미 초등 고학년이었고, 하루라도 빨리 옮기지 않으면 독일 상급학교 김나지움으로의 진학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돈보다는 시간이 중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용기를 내어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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