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스 Sep 25. 2023

독일에 왔다, 아이를 어떤 학교에 보내야 할까

국제 학교를 선택했던 이유와 독일 주거지 정하기


독일 입독 초기에 나에게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유치원 생 아이들의 학교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학교는 보통 국제 학교, 이중언어 사립학교, 일반 공립학교 중에 선택을 한다. 물론, 몬테소리 학교나 발도르프 학교 등의 사립학교들도 있지만 그것은 부모의 교육관과 학교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특수 케이스로 여기서는 제외한다.


국제 학교: 영어, 비싼 학비

이중언어학교: 독일어와 영어 둘 중에 하나는 모국어 수준으로 한다는 전제하에 두 가지 언어를 과목별로 교차 수업(어린 나이라면 언어 수준 상관없음), 학비는 부모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일반 공립학교: 독일어, 무료


학교 선택 기준은 독일 거주 기간, 아이와 부모의 영어 또는 독일어 수준, 가정 경제력, 아이의 기질과 성향, 가정 내 교육관 등 다양한 조건에 의해서 정해진다. 영어를 잘하는 아이일 경우 아이의 쉬운 적응을 고려해서 이중언어학교나 국제 학교를, 아이가 영어 독일어 둘 다 못하고 독일로 이민 온 경우에는 곧바로 공립학교를, 주재원으로 와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에는 국제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그러나 국제 학교는 이중언어 학교나 공립학교에 비해 교육비가 비싸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경우에는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이중언어 학교나 공립학교로 보내기도 한다. 경제적 부담이 없는 집 중에서도 독일에 거주하면서 독일어를 배워갈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아이에게 더 좋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일부러 독일 공립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낯선 곳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새로운 언어를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있는지, 부모가 영어 또는 독일어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등에 따라서도 학교 선택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학교에 아이를 보내야 할까 고민이 시작된다. 우선 우리는 주재원이 아닌 독일 현지 회사에 정규직으로 영구 채용이 된 상태였기에 이민의 형식으로 독일로 왔다. 그러나 나는 당시 한국에 초등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장이 있었고, 30대 초중반으로 젊은 나이였던 데다가, 해외살이는 꿈도 꾸지 않았던 한국 토박이였기 때문에 우리는 길어야 3년만 일단 독일에 살아보고 최종 주거지를 결정하자는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삶의 터를 옮겼더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엄청난 결정을 단기간에 해버렸구나 싶어 등골이 오싹하기도 한다. 결혼도, 출산도 멋 모를 때 해야 할 수 있다는 우스갯 말처럼, 우리에게 이민도 무식해서 용감했던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독일은커녕 해외에서의 삶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던 나는 해외 경험이 많은 지인, 독일 거주 교민 커뮤니티 등에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독일이 아닌 해외 거주 경험이 많은 지인들은 주로 국제학교를, 독일에 거주하는 분들은 주로 독일 공립학교를 추천해 주셨다. 독일에서 오래 사신 분들은 한결같이 힘들더라도 독일 학교에서 독일어를 차근차근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후회하지 않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국제화되었다고 하나 독일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영어로 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주요 관청 업무, 행정업무, 일상생활, 학교상담 모두 독일어를 하지 못하면 독일에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베를린 같은 국제도시의 경우에는 독일인보다 오히려 외국인 비중이 더 높은 지경이니 영어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지만 일반 중소도시는 사정이 다르다. 게다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아이 친구들, 선생님, 다른 가정들과의 소통도 매우 중요한데, 그러려면 독일어부터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은 자명하다.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리는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편 회사 근처에 있었던 국제학교로 결정을 내렸다. 나는 거주지와 학교와의 거리를 우선순위에 두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침 회사 근처에 국제학교가 있었고 우리에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만약 회사 근처에 국제학교에 없었다면 우리에게 이는 고려사항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독일 입국 전에 남편이 자비를 들여 혼자 미리 일주일 간 거주 지역을 살펴보고, 학교 등록 및 거주지 계약을 완료해 보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고, 행운의 여신이 함께 했는지 우리는 학교에서 1km 정도 떨어진 가까운 위치에 우리의 첫 월세집을 계약할 수가 있었다.






학교를 아무리 고르고 골라 조건에 맞는 선택 해도 만나는 교사, 친구, 학교 분위기 등등까지 내가 미리 다 알고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사실 올바른 선택이라는 정답지는 없다.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하기 마련이고, 초기 적응은 친구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데, 이는 복불복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 조건에 딱 맞고, 명문 학교라고 소문난 좋은 학교라고 하더라도 내 아이와 맞지 않으면 다 빛 좋은 개살구와 같으니 말이다. 그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문제가 생긴다면 그 문제에 하나씩 대처해 나가는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는 수밖에는 없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입독 초기에 우리는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제 학교로 결정을 내렸다. 심지어 아이들이 영어도 전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학교를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다시금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1. 회사 및 거주지와 가까운 위치

2. 첫 해외살이에 대한 두려움. (독일어, 새로운 환경과 문화)

3. 다시 3년 후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

4. 로컬 회사 계약이었음에도 회사에서 초기 국제학교 비용 감당

5. 늦은 등교 시간 및 하교 시간으로 부모의 독일어 공부 시간 무난하게 확보 가능


다행스럽게도 결과적으로 입독 초기 3년간 국제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지금으로서는 그 선택에 만족을 하는 편이다. 우선 부모가 영어로 소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교 교육과정을 쉽게 이해를 할 수가 있었고, 소풍 따라가기, 수영장 도우미, 학교 행사 참여하기, 아이들 생일파티, 플레이 데이트, 선생님과의 상담, 친구 엄마들과의 소통 등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안정감을 주었다. 그리고 국제 학교는 아이들의 하교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내가 여유 있게 독일어 수업을 들으며 독일어를 배우고, 공부할 시간을 확보할 수가 있었다. 독일어 B1은 보통 오전에 수업이 있지만 내가 들었던 B2 수업은 점심 즈음 오후 수업이었기 때문에 만약 국제 학교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 수업을 선택할 수가 없었을 터였다. 그리고 다행히 아이들이 영어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편이었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 영어를 기반으로 독일어를 금방 익힐 수가 있었다. 만약 독일어만 처음에 배웠으면 영어 노출 기관을 따로 찾아다니거나 내가 가르쳐야만 했을 텐데, 국제 학교에서 영어 충분히 노출해서 영어 수준을 끌어올리고, 나중에는 독일 학교로 전학 후에는 자연스레 독일어 노출이 지속적으로 되니 독일어가 더 빨리 늘었던 것 같다. 늦은 시기에 학교를 옮겨 코로나로 2년간이나 집에 박혀있어야 해서 그 시간이 너무나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다행히 목표했던 김나지움에 입학하고, 김나지움에서도 6학년 때 좋은 성적 덕분에 바이링구얼 학급에 뽑혀서 갈 수 있게 되었으니 아직은 물론 부족한 독일어가 숙제로 남아있으나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다. 일단 영어 베이스는 되어 있다 보니 김나지움에 가서 영어 공부 대신 독일어, 제2외국어와 기타 다른 과목에 더 신경 쓸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고, 아이들에게 일부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상황도 생기게 되었기에 나는 결과적으로는 만족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편하고 안전한 길로 오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이 3년 정도 단위로 도전 과제가 시기적으로 주어진 꼴이었는데, 그러한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며 성취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더 단단해지는 경험도 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선택을 했지만, 만약 독일에 입독할 예정인 가정이 나에게 학교 선택에 대해 묻는다면 나도 대부분의 현지 이민자들의 조언처럼 독일 공립학교를 추천 할 것이다. 여러 사정에 의해 자칫 잘못하면 국제학교 선택이 아이들의 인생을 건 모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어만 하고, 독일어를 잘 못 배울 수도 있고, 학교를 전학하면서 친구 관계가 소실되고, 안정감을 얻지 못하고 방황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과 부모의 성향, 경제력, 거주 시기, 교육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국 선택과 책임을 지는 것은 각자의 몫이니 다른 사람의 조언은 참고만 하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렇게 우리 가족은 독일로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