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의 시 ‘천장호에서’의 한 구절이다. 원래 호수는 모든 것을 다 비춘다. 호수 주변을 둘러싼 산 그림자도 다 품어 안는다. 그런데 이 호수는 그렇지 않다. 얼어붙은 겨울 호수는 아무것도 품지도, 비추지도 않는다.
우연히 이 시를 만난 나는 ‘얼어붙은’ 호수가 어떻게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답을 내놓으려 한다. 실은 간단하다. 얼어붙은 것을 녹이면 된다. 녹아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다시 모든 것을 품고 비출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녹인단 말인가. 이미 자연스레 녹지 않을 것이라는 건 예상했던 것이니 무엇으로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러시아의 소설가인 레프 톨스토이는 그의 작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힘과 이유를 ‘사랑’이라고 말한다. 인간 세상에 버려진 천사 미하일이 가난한 구두 수선공인 세몬의 도움으로 사람이 무엇으로 살 수 있는지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살지만 그럼에도 서로에 대한 사랑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듯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 대한 걱정과 보살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있는 사랑으로 사는 것입니다.”
또 다른 작품인 <세 가지 질문>을 통해서도 얼어붙은 우리를 녹일 따뜻한 마음의 불씨를 찾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중요한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답이 내 안에 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얼어붙은 호수와 같은 차갑고 단단한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만 같아 기쁘다. 그것은 작품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함께 있는 그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거나, 내 곁에 소중한 사람들이 있지만 메마르게 대할 삶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얼어붙은’ 호수 같은 나를 회복하고 세상과 타인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힘을 지니고 싶다. 그리고 그 힘이 바로 ‘사랑’임을 알고 오늘 다시 감사함으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