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우리는 아직 어색하다. 또 두렵고 낯설다.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책에 대해 어려움이나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혼자 했던 독서와는 다른 함께하는 독서의 재미를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모임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이라고 여긴다면 좋겠다. 나아가 우정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서로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도 빵을 태워서 탄 빵을 들고 오는 거북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처럼 때로는 실수하고 부족해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누고 싶다. 혼자일 때 느낄 수 없는 관계의 단단함은 이 수업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같이 책 읽는 순간이 즐겁고, 함께라서 더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이 수업을 계획했다.
2. 수업 흐름
① 이야기 나누며 책 읽기
② 우리도 동물들처럼 조각 모아볼까? : 레고로 조각 만들고 완성하기
③ 놀이터 사용설명서 작성하기
④ 소감 말하기
3. 수업 들여다보기
① 이야기 나누며 책 읽기
책이 종이봉투 안에 들어있다. ‘오늘은 빵 수업이야’라고 말하면서 책을 살짝 꺼낸다. 표지에는 검게 탄 빵 한 조각이 그려져 있고 표지를 넘기면 계속 까만 면지로 이어진다. “무슨 내용 일 것 같아?”라고 묻자 면지와 제목으로 예측하기 시작했다. 그래, 탄 빵이 중요해 보이지? 이제 탄 빵 이야기 시작해보자.
질문하며 책을 읽어 나간다. “자, 이제 등장인물이 나오네. 모두 5마리구나. 아니, 여기 거북이 혼자 또 있네.” 나는 장면을 넘기며 아이들과 말을 주고받는다. 이 책은 글밥이 거의 없어서 글만 읽다 보면 금세 책을 덮을 수 있기 때문에 천천히 내용을 파악하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책을 읽으며 했던 질문이다.
거북이 표정이 어때 보여?
첫 번째 빵은 누가 굽고 있는 장면일까?
거북이는 몇 번째로 빵을 구웠니?
거북이가 탄 빵을 보고 어떤 기분이었을 것 같아?
동물들이 빵을 굽고 나서 뭘 하는 것 같아?
‘오늘도 거북이 빵이 타 버렸습니다’는 무슨 뜻일까?
접시에 6조각의 빵을 올려두었네. 어때 보여?
마지막 장면 보고 느낀 점 말해볼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말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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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다들 무엇을 느꼈을까? 우리는 책을 함께 읽을 팀이 되었고, 앞으로 계속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동물 친구들이 서로 빵을 구워 나누는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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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우리도 동물들처럼 빵 조각 모아볼까? : 레고로 조각 만들고 완성하기
“함께 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대화, 우정, 돕는 마음이라는 이야기가 오고 간다. 이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이런 생각을 잘 담아서 레고 조각으로 표현해볼까?
무엇을 만들까 이야기 나누다가 놀이터에 있는 놀이기구를 떠올렸다. 한 아이는 미끄럼틀을 만들고, 또 다른 아이는 그네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각자 만든 놀이기구를 만들어 나누었다. 아이들은 친구와 나눌 놀이기구를 만들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즐겁게 참여했다. 자기가 맡은 것을 다 만들고, 친구가 만드는 것에 함께 참여하기도 하면서 만든 것들을 모았다. 책 속의 이야기가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③ 우정 놀이터 사용설명서 쓰기
놀이기구를 만들어서 나누는 재미를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의미에 집중해 보고 싶었다. 먼저 놀이터의 이름을 만들기로 했는데 종이에 친구들과 함께 만든 놀이기구를 모아놓고 우리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놀이터 이름을 지어보자고 했다. 여러 이름을 지어보면서 오늘 배움과 연결되는 이름을 고르면 된다.
수업의 마지막 활동인 ‘놀이터 사용설명서’를 썼다. 붙임 종이에 간단히 쓰면서 우리가 함께 나눌 때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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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를 보면서 아이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완성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나를 잘했다고 칭찬할 수 있을까? 수업에서 의도한 대로 서로의 도움과 나눔, 단단한 관계 맺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놀이터가 완성되기까지 친구와 함께한 즐거움을 알고 고마워하게 되었을까? 경쟁보다 마음 따뜻해지는 것이 협력이라는 것을 깨달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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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소감 말하기
‘나도 거북이같이 실수한 적 있었다.’ ‘나도 거북이 같은 친구나 동생이 있다.’ 두 문장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것으로 했다. 한 명씩 돌아가며 말하는 동안 우리 모두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때로는 거북이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거북이를 만나기도 한다는 사실은 상대방의 처지와 입장을 이해하는 대화로 이어진다. 한참 놀고 난 뒤에 오는 평온한 깨달음. 이 여운이 오랫동안 아이들 마음속에 남길 바라며 수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