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길 꿈꾸던 삶

by 코스모스

"살림 비용"

작가: 데버라 리비


'어느덧 50줄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내 인생도 서서히 속도를 늦추어 가는 한편 생활의 안정도와 예측 가능한 범주는 차차 확대되리라 지레짐작하던 시기에, 내 삶은 정작 더 빨라지고 불안정해졌으며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작가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어쩜 이렇게 간결하고 멋들어진 문장으로 표현할까?

나는 40대이긴 하지만, 내가 지레짐작하던 이즈음의 내 모습과는 정반대의 상태이다. 어릴 때부터 어디 나서거나 튀는 것도 싫어했고, 평범한 것을 쫓아 가던 사람이었다. 내가 정의하는 평범한 삶이란, 눈에 띄게 화려하거나 특별하지 않지만 삶 속에서 묵묵히 소소한 행복과 일상을 즐기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안정적인 평범'에 다가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대책없는 막연함에 기댄 오만함이었다.


40대 정도에는 내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그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다. 50대에는 적당히 아이들을 키워내고, 서서히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나'를 찾아가는 시간일 것 같았다. 60대에는 그동안 티격태격, 미운정 고운정 다 나눈 남편과 편안한 관계로 안정감을 찾고 싶었다.

작가의 말 그대로 내 삶은 오히려 더 불안정, 예측 불가능, 평범과는 거리가 먼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내 우울증 원인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 문제이다. 나는 계획한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이 생각을 이제는 놓아야 하는데, 쉬이 되지 않아 힘이 든다.

아이가 장애를 가졌고, 학대를 당해 싸워야하는 이 상황은 평범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지 않나.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으면서도 놓지 못하는 무언가는 내가 그려온 내 삶과 극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미 되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지만, 아등바등 되돌아 가고 싶어 멍하니 물가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갈 길 잃은 눈으로 서 있는 것 같다. 바보같지만 그런 상태다. 뒤돌아보지 말고 나아가야 하는데 발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삶은 원래 예측 불가능한 것이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머리로는 안다. 소소한 계획들은 엎어져도 타격이 크지 않은데 범위가 넓은, 큰 틀의 계획은 수정하는 게 어렵다.


이 문제를 극복한다는 것은 내가 우울증에서 많이 나아진 상태를 의미할 것이다. 그러려면 '평범'하게 사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평범의 반대는 뭘까 생각하면, 내 머릿속 가장 처음 떠오르는 단어는 '특별'이다. 이제 인생 계획을 '특별'하게 살기로 바꾸어야 한다. 남들과 다른 것, 그래서 받게 되는 남들의 시선에 당당하고 즐겁게 맞서야 한다. 당장은 이렇게 마음먹기가 힘들겠지만, 아이의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인생의 방향을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삶으로 바꾸어야겠다. 살아온 삶과 정반대의 삶을 앞두고 있지만, 내가 잘 적응해 나갈지는 나조차도 자신할 수 없다. 조금도 예측하지 못한 미래의 나와 내 가족의 삶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나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특별한 아이인 둘째와 그 특별한 아이의 가족인 나와 남편, 첫째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슴 속 무거운 짐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떨쳐낸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이 글을 보고 웃음 짓고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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