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있은 후, 나는 집 앞을 나가는 것이 고역이었다.
우리동 밖을 나가면 그 어린이집이 너무나 잘 보였기 때문이다. 안보고는 절대 어디도 갈 수 없는 작은 아파트이다. 아무렇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그 곳을 지나는 일은 심호흡을 해야 가능했다. 그 앞을 지나면서 고개를 최대한 앞으로 고정하고 돌리지 않아야 했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했다.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피해자임에도 도망가듯 피해야 하는 상황이 어이없다. 나와 둘째, 남편과 첫째를 조금이라도 살리는 일이라 생각했다.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밖을 외출하는 고통은 사라질 것이다. 누구나 누리는 이동의 자유, 집 밖을 나가는 자유가 매번 심장을 내려앉게 한다. 그렇다고 집안에만 있을 수는 없다. 첫째 학교와 학원도 보내야 하고, 병원도 가야한다.
하지만 이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첫째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학교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왔고, 아이들이 초등학교 졸업 할 때까지는 이곳에서 살 생각이었다. 온 가족이 이동해야 하는 이사는 돈문제도 있고, 아이 학교와 유치원 문제 등등 신경써야하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는 지금 아파트의 친한 친구와 더이상 놀이터에서 못노는 거냐며 가기 싫다고 했다.
얼마전에 내놓은 집이 팔리면서, 이사갈 곳을 알아보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얼떨떨할 정도로 빨리 말이다. 나와있는 집들을 하루 반나절 정도만 보고 바로 결정을 해버렸다. 결혼하고 두번의 이사를 했지만, 이렇게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결정한 것은 처음이다.
어쨌든 드디어 이 지옥같은 곳에서 벗어난다. 내 집이 내 집처럼 편하지 않은 곳에서 탈출과 도망, 그 사이 어디쯤의 일이 결정되었다.
이사비와 세금 같은 것도 만만치 않고, 첫째의 학교에서 더 멀어진다. 그렇지만 가야한다.
이사는 신경쓸 일이 아주 많다. 대대적인 물건과 가구 정리부터 시작해서 인터넷, 가스, 세탁기 이동 예약, 정수기 이전, 관리사무소 이사 예약 및 관리비 정산 등등을 해야한다. 어찌보면 머릿속이 복잡한 지금, 나에게 해야할 일이 생겼다는 것은 다행인지도 모른다. 바쁘다 보면 깊은 우울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적어질 것이다. 장담할 순 없지만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이 떠나면 어린이집 원장은 더 활개를 치고 다닐 것이다. 사건 이후 원장은 아이들 바깥놀이에 얼굴도 비추지 않고 있다. 이제 이전처럼 자유롭게 어린이집과 밖을 드나들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가슴에 부아가 치밀지만, 나부터 살고 봐야겠다.
형사 재판과 이사라는 큰 일을 앞두고 있다. 둘다 무사히 잘 끝나면 좋겠다.
그때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