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킨 실타래 꺼내어 놓기

by 코스모스

나는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많이 힘든 사람이다. 안 좋은 일일수록 특히 더 그렇다.

고통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은 내 입장에서는 그냥 '고통의 주제' 뿐인 것 같다. 그 고통은 풀어지지 않을 것 같은 여러 가지 실타래들로 얽혀있다. 실타래들을 꺼내어 놓기엔 상대방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실타래의 어느 정도를 꺼내어 놔야 할까 걱정도 되고, 상대방이 나를 걱정할 것도 마음이 쓰인다. 오히려 상대방이 자신의 실타래를 꺼내어 놓아 당황한 적도 있고, 실타래가 더 엉켜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상대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할까까지 이어져 나간다.

친한 친구나 가족, 남편에게까지도 나의 실타래들을 제대로 꺼내어 놓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모니터를 상대로 글을 쓰는 게 오히려 더 쉽다. 이런 사람이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과연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까?


이전에 두 차례의 심리 상담 경험이 있다.

처음엔 첫째를 낳고 부모님과의 관계에 혼란이 왔고, 어린 시절의 나를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다섯 차례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마음 깊은 곳의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았고 한발 나아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벌써 7년 전의 이야기이다.

두 번째는 둘째 노이의 장애를 알고 나서이다. 도저히 답답하고 막막해 죽을 것만 같아서 무작정 집과 가까운 곳을 찾아갔다. 한 시간 동안 펑펑 울면서 나의 슬픔과 고통을 다 쏟아냈다. 한 시간 동안 상담사님께서 무거운 이야기를 잘 꺼내어 주셨지만,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 조금은 당황하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이 가벼워졌었다. 후련한 한편, 단시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여 상담소 계단을 내려올 때 다리가 후들거렸다. 다음 상담을 하기로 하였지만 상담사님과 나는 서로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두 번째 상담은 1회기에서 더 이어지지 못했다.

어쨌든 두 차례 모두 나에게는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 상담을 진행해 보기로 한 이유도 있었다. 심리 상담은 상담사님이 중요하다고들 하던데 내가 만난 두 분은 정말 감사한 분들이셨다. 생각해 보면, 상담사님들은 내 배경과 서사를 모르는 분이라서 되려 말이 쉽게 나오는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은 전적으로 내 편이 되어 주시기 때문에 엉킨 실타래들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느낌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번에도 너무 따뜻한 상담사님을 만났다. 원래 예정되었던 10회기 상담에서 20회기까지 연장하게 되었고, 연장을 결정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은 선택이었다. 20회기에 마지막 상담을 하고 나오는 나의 표정은 처음과 꽤 많이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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