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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충환 Nov 23. 2020

나는 낚시꾼이다

 "너희 아버지 무슨 일 하시니?"


 초등학교 5학년인 내 아들에게 누군가 이렇게 물어보면 이 녀석은 대뜸,


 "우리 아빠요? '어부' 예요" 


 라고 대답한다.

 참으로 기가 막힌 대답이다. 사실 내 직업은 방송기자다. 15년 차 방송쟁이다. 하지만 나는 내 아들의 이 대답을 사랑한다. 대한민국에서 바쁜 직업으로 손꼽자면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의 일을 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취미는 '낚시'다. 아니 취미가 아닌 내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 집에 안 들어오고 낚시를 다니면 아들내미가 그렇게 얘기할까.. 부끄러울 법도 하지만, 내 아내와 아들은 아빠의 취미를 존중해준다. 아니 어쩌면 포기하거나 내려놨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항상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대신 다른 건 전혀 하지 않는다. 골프나 야구 같은 '가로 스윙'도 안 하고, 오로지 '세로 스윙'인 챔질(입질이 왔을 때 바늘을 물고기 입에 후킹 하기 위해 낚싯대를 위로 번쩍 들어 올리는 행위)만 한다.

 이렇게 합리화하는 내가 참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물론 있다.

    

 서울에 사는 낚시꾼은 참으로 힘들다. 특히 바다 낚시꾼은 더 그러하다. 하지만 나는 20년 가까이 참 열정적으로 한반도 3면의 바다 곳곳을 누볐다. 우리나라에서 낚시로 잡을 수 있는 물고기는 대부분 다 잡아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설의 물고기 돗돔과 참치 빼고는 웬만한 두족류와 물고기는 다 만져봤다.


 내가 낚시를 하는 이유는 참으로 단순하다. 행복하기 때문이다.

 낚시 가기 전날에는 과거 국민학교 시절 소풍 가기 전날처럼 설렘에 잠을 설친다. 어느 날 한 선배가 내게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그 나이에 설렘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 큰 행복이자 복 받은 것이다'     

 

보고 싶은 감성돔을 만났으니 뽀뽀를 해준다


 그래서 나는 내가 느껴온 행복을 살짝 공유하려 한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낚시를 해봤던, 해보지 않았던, 바다의 매력을, 낚시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게 담아보려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찾은 낚시라는 행위의 의미와 요리로 이어지는 과정의 재미도 함께 느끼게 해주고 싶다.




 낚시는 인간의 본능과 연계돼 있다. 낚시는 수렵 활동의 일종으로, 수천 년 전 수렵 시대 인간의 사냥 본능이라는 것이다. 생명체를 잡는다는 것. 인간의 수렵 DNA를 건드려 깨운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옛날 잡아온 사냥감을 부족원들과 나눠 먹었듯이, 나 또한 낚시로 잡은 결과물을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을 때의 즐거움이 크고, 그렇게 기쁠수가 없다. 적어도 나는 그러하다.


 낚시와 인생은 참으로 많이 닮았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낚시를 하다 보면 줄이 엉망진창으로 꼬여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초보일 경우 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도저히 어떻게 풀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풀면 풀수록 더 꼬이게도 된다. 낚시꾼들은 이를 소위 '펌'이라고 일컫는다. 낚싯줄이 꼬여서 릴에 엉켜 버리는 현상인데, 파마 머리카락 같이 꼬여 있다고 해서 펌이라고 한다. 어쨌든, 펌이 생기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하기 일쑤다. '빨리 고기를 잡아야 하는데, 언제 풀고 앉았지..'라는 마음에 조급함이 생기고 짜증도 난다. 마치, 우리가 애써 하던 일이 꼬여 버렸을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모든 낚싯줄은 꼬이면 풀 수 있다. 대부분이 차분히 앉아 풀기 시작하면 결국 풀린다. 조급함에 서둘다 보면 더 꼬여 버린다. 그래서 결국 낚시 줄을 잘라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채비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더 들고, 더 힘들어진다.   


'펌'이라 불리는 줄 꼬임 현상


 또한 낚시는 타이밍이다. 물고기의 단 한번 입질 타이밍을 포착해야 한다. 입질 찬스를 놓치면 물고기는 가버린다. 미끼를 따먹고 가든, 물고기가 미끼에 잠시 관심을 보이며 툭툭 건들다가 그냥 가든, 입질 타이밍을 놓치면 물고기를 못 잡는다. 기회가 날아간다. 그래서 기다림 끝에 기회가 찾아오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


 운이 좋게, 또는 실력으로 물고기를 잡다가 놓쳐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대부분의 낚시꾼들은 땅을 치며 후회한다. 그래서 크게 아깝거나 아쉬운 상황을 표현할 때 '다잡은 물고기 놓쳤다'라고 표현하는 말이 생겼나 보다. 낚시를 가서 물고기를 꼭 잡겠다는 욕심을 과하게 부리다 보면 희한하게도 더 못 잡는 경우가 많다. 마음을 비우고 즐기다 보면 조과가 더 좋은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물고기를 유혹하기 위해서 미끼를 더 많이 단다고 해서  더 잘 잡히지도 않는다. 낚싯대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더 많이 잡는 것 또한 아니다. 순리대로, 원칙대로, 차분히, 서두르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즐기다 보면 물고기를 잡는다.


바다는 가끔 이렇게 일출을 직관할 수 있는 선물을 던져준다


 낚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멍'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단 몇 분이라도 뇌의 모든 움직임을 잠시 정지시키는 '멍 때릴 수 있는' 상황은 별로 없다. 하지만 낚시를 하면서 소위 '물 멍'을 파도 소리와 함께 몇 분 때리고 나면 정신이 너무나도 맑아진다.

 물론 낚시의 9할은 물고기와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다. 멍 때릴 여유는 사실 그다지 많지는 않다. 바람과 조류를 읽어야 하고, 그에 따라 낚시 줄의 굵기와 바늘의 크기, 찌의 부력과 수중 봉돌의 무게가 달라진다. 밑밥과 미끼의 가라앉는 속도를 조류의 세기와 비교해 계산해야 하고, 미끼의 종류와 미끼를 다는 방법 또한 달라진다. 물속의 지형을 파악해 물고기가 있을 만한 곳의 수심층과 위치 또한 찾아내야 한다. 경우의 수가 어마어마하다. 복잡하다. 그런데 이것은 갯바위 돔 낚시에 해당한다. 선상 낚시나 다른 종류의 물고기를 잡는 낚시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낚시는 그냥 미끼를 던져 놓고 하염없이 기다린다고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낚시는 기다림이 아니다. 낚시는 찾아가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의 판단으로 물고기를 찾아내 잡으면, 엄청난 성취감으로 다가온다.   




 유튜브를 해볼까 생각도 했었다. 잡고 먹고 즐기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은 내게 있어 큰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낚시와 바다에 대한 나의 마음과 철학을 글과 순간의 사진으로 담고 표현하고 싶다. 무슨 물고기 하나 잡는데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개가 풀을 뜯어먹는다면 그 또한 의미 있지 않을까? 그것 또한 재미있지 않을까?  


 그동안 내가 직접 보고 배우고 느낀, 맛있는 낚시 이야기를 이제부터 해볼까 한다.

 벵에돔 돌돔, 감성돔, 참돔 등 4대 돔부터 문어와 무늬오징어로 이어지는 두족류 끝판왕들의 진면목. 그리고 낚시가 아닌 스포츠에 가까운 대방어와 대구 같은 심해 어종 이야기까지 '글'이라는 '신선한 재료'와 '사진'이라는 '양념'으로 맛있게 요리해 당신과 함께 즐겁게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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