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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충환 Mar 11. 2021

랍스터

낚시로 잡는 바닷가재

 "이제 하다 하다 낚시로 랍스터를 잡으러 간다고?"


 겨울만 되면 주변 사람들한테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그럴 만도 하다.

 대형 마트 수족관에서만 보던 바닷가재를 잡으러 낚시를 간다고 하니 다들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예전에 어떤 지인은 "네가 드디어 낚시에 미쳐서 마트 수족관에 낚시 바늘을 담그러 가냐"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뭐 비슷한 원리다.

 다만 바다가 아닌 바닷물을 끌어다 조성해 놓은 바다 낚시터에서 잡는다. 랍스터 낚시는 대개 겨울에만 한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우리나라 낚시터에서 랍스터 낚시를 시작한 건 약 10년가량 된 것 같다.  

 

 방식은 살아있는 랍스터를 바닷물을 끌어다 놓은 낚시터에 풀어놓는다. 그러면 이놈들은 그 안에서 먹이 활동을 한다. 바닥을 기어 다니며 낚시꾼들이 미끼로 던져 놓은 새우와 지렁이, 빙어, 미꾸라지 등을 먹는다. 먹이 활동을 하기 때문인지 마트에서 파는 활 랍스터보다 낚시터에서 잡은 랍스터가 수율 1)이 더 좋다. 마트 수족관 안의 랍스터는 그 안에서 생존을 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살을 태워가며 버틴다. 때문에 랍스터가 입고 되자마자 누군가 구입하지 않는 한 시간이 지날수록 살 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낚시터에서 막 끌어올린 랍스터 입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려있다. 실제 물속에서 공격적인 먹이활동을 하는 것이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랍스터 낚시는 물고기 낚시처럼 미끼를 먹기 위해 물었을 때 바늘을 입에 후킹 시켜 잡는 낚시가 아니다. 랍스터 낚시는 일종의 훌치기낚시다.

 미끼를 바늘에 끼워 던져 놓으면 바닥을 기어가던 랍스터가 지나가며 줄을 건들거나, 먹이를 잡고 끌고 들어간다. 그러면 수면의 찌가 끔뻑 끔뻑하다가 스르르 옆으로 움직인다. 그러다 물속으로 잠겨 들어간다. 바로 그때 심장은 마구 쿵쾅 거린다. '쳐야 할까? 기다려야 할까?'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몇 초를 더 기다렸다가 챔질을 강하게 해 바늘을 랍스터의 옆구리나 다리에 찍어 올리는 낚시다.


 '에이~ 그게 무슨 낚시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엄연한 낚시다. 물고기들이 활동을 하는 수심층을 찾아내야 하듯이 랍스터들이 다니는 바닥의 길목을 찾아야 한다. 물고기나 랍스터 들은 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걸 찾는 것이다. 수심과 길목을 찾지 못하면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꽝이다.

 또한 랍스터가 줄을 끌고 들어가면 정확한 챔질 타이밍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입질이 왔을 때 인내심을 잃고 조금 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챔질 했다가는 바늘이 랍스터의 몸에 어설프게 찍힌다. 그러면 올라오는 도중에 빠져버리거나 헛챔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낚시터들은 3,4백 그램짜리 작은 랍스터를 풀기도 하고, 이벤트로 2,3kg에 달하는 대형 랍스터를 풀기도 한다.

 

지난 설 명절 때 잡은 랍스터. 집게다리 하나가 아들 얼굴 만하다.


 랍스터를 살펴보면 좌우의 큰 집게가 있다. 이 녀석들은 이 큰 집게로 먹이를 집어 먹진 않는다. 랍스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다리 끝에 모두 집게가 달려있다. 랍스터는 이 작은 집게로 먹이를 집어다 입에 넣는다. 큰 집게는 적과 싸우거나 먹이의 딱딱한 껍데기를 부숴야만 할 때 사용한다. 집게의 힘은 엄청 강하다. 조개껍데기 같은 건 그냥 부숴버린다. 때문에 대부분의 낚시터에서는 이 큰 집게를 고무줄로 묶어서 방류한다. 낚시꾼들에게 위험할 수 있고, 서로 싸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 전 한 랍스터 낚시터에서는 이 고무를 묶지 않은 랍스터 들을 방류 했는데, 가끔 껍데기가 박살난 랍스터들이 바늘에 걸려 올라왔다. 물속 전투의 패잔병 랍스터였던 것이다.


 나는 랍스터를 먹으려고 낚시한다. 대한민국에 대게나 랍스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구워 먹든, 삶아 먹든, 쪄먹든, 회로 먹든, 탕으로 먹든 안 맛있을 수가 없다. 나는 주로 쪄먹기보단 삶아 먹는다. 비린내 제거를 위해 맥주를 붓고 랍스터의 반 정도 살짝 잠길 정도로 물을 채우고 삶는다. 찌는 것보다 랍스터 살의 수분 유지가 더 잘되고, 내장도 좀 더 잘 보존되는 것 같다. 다 익힌 후에는 반드시 살을 내장에 찍어 먹어야 한다. 소위 '국룰'이다. 랍스터는 회도 물론 맛있다. 달달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일품이다. 하지만 본연의 풍미를 온전히 만끽하기 위해서는 삶거나 찌는 걸 추천한다.


 최근 동물권에 대한 이슈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특히 갑각류나 두족류가 통증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종종 봤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랍스터를 완전히 기절시키거나 죽인 후에 삶는다. 흐르는 수돗물에 솔로 몇 분 동안 곳곳을 벅벅 문지르다 보면 랍스터는 기절하거나 죽는다. 한 번은 예전에 산채로 끓는 물에 넣었다가 랍스터가 요동쳤던 기억이 있다. 이후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뭐니 뭐니 해도 내 최애 랍스터 요리는 바로, 랍스터 라면이다.



 랍스터를 먼저 삶아야 시원하고도 달달한 국물이 우러나온다. 갑각류다 보니 아무래도 감칠맛 나는 육수가 우러나온다. 그리고 그 육수에 라면을 끓인다. 먼저 삶은 랍스터의 머리 부분을 열고 라면을 삶으면 내장이 함께 요리돼 더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랍스터 낚시는 확실히 겨울철 눈 맛과 손맛, 입맛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낚시다.

 


1) 대게 등 갑각류의 껍데기 안에 들어 있는 살의 비율을 말한다. 생선은 회를 떴을 때 뼈와 비늘 등을 발라내고 나오는 살점의 양을 말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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