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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저 쓰지 못한 시


              

그의 시는 나를 아프게 했다

더 아프기 위해 

멈추지 않았다    


내부 어딘가

곪아 있던 상처에서

누런 고름이 나왔다


재생 크림을 환부에 바르듯 천천히

숨죽인 채 그를 만났다  

  

우리 곁을 떠난 

오빠가 생각났고

노랗고 가는 곱슬머리 휘날리며

짱구처럼 돋아난 이마아래 
 커다란 눈을 가진

봄이면 목련꽃 다발 들고 오던 

창선이가 생각났다    


30년도 더 넘은 세월 보내고야 만났던

창선이는 다시 만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어느날 새벽 아무 말 없이 하늘나라로 갔다

   

암담했고, 쓸쓸했고, 허전했고, 허무했던

그날이 생각나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쏟았다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몰라서

보내지 못한 사람들

이미 나를 떠난 사람들

마음속에 담아두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했는데

다시 지인의 갑작스런 부음을 듣는다    

이젠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그를

그가 나를

서로가 서로를 보내고

떠나야 할 날을 위해


그날 이후의

슬픔과 미련과 아쉬움을 

천천히 잊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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