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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이올렛 Oct 21. 2023

워킹맘 주재원의 현지 생활 정착기 2편 – 시터 구하기

베이징으로 주재원 파견을 나가기 전 내 마음은 너무나도 심란했다. 아이들은 6살, 3살로 너무 어렸고, 다른 워킹맘 주재원처럼 친정엄마(간혹 시어머니와 함께 나가기도 한다.)가 따라 나와서 내 뒷바라지를 해주실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도 바쁠 텐데 어떻게 해외에서 어린아이 둘을 키우며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날들도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찾은 사주까페에선 “걱정하지 마시라. 당신을 도와줄 귀인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라는 예언을 해줬는데, 돌이켜 보면 그 예언이 실현된 것 같다. 베이징에서 만난 귀인 중 한 명이 바로 우리 이모님이었으니까.     


거주지가 정해진 뒤에 곧바로 알아본 것은 시터(A.K.A 이모님) 구하기였다. 집안 살림과 아이들 케어를 같이 해주실 분이니 3년이라는 해외 주재원 기간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맞벌이로, 그것도 양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나와 남편 그리고 시터가 삼위일체가 되어 일과 육아를 해내는 육아독립군의 생활을 쭉 해왔기 때문에 어느정도 자신감이 있을 만도 했다. 그렇지만 해외에서, 그것도 남편의 역할이 쏙 빠진 육아는 공포 그 자체였다. 걱정만 하고 있을 순 없고, 그동안 오복(五福) 중에 하나라는 이모님 복 하나는 타고났다고 자타가 공인한 나의 팔자를 다시 한번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좋은 이모님은 어디서 어떻게 구할까? 중국 베이징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인을 통한 소개, 시터 알선 전문 업체 혹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구한다. 나의 경우, 처음엔 회사 선배(집 계약을 넘겨준)네 집에서 일하던 한족 이모님을 먼저 소개받았다. 그러나 그 이모님과 같이 보낸 2~3일 만에 알아버렸다. 난 이 이모님과는 맞지 않겠다는 것을. 게다가 본인은 아이 케어만 할 수 있지 집안 살림은 병행하기 어려우니 살림할 이모를 따로 뒀으면 좋겠다, 국경절에는 시골에 있는 집에 한 달 정도 다녀와야 해서 그동안은 아이를 봐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늘어놓길래 그 길로 그 이모님과는 작별을 고했다.     


베이징에서 이모님을 소개해줄 정도의 지인이 없었던 지라 우선 시터 알선 전문 업체에 연락해 놨으나 생각만큼 연락이 잘 오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맘까페 같은 곳에도 글을 올리긴 했지만 도움이 되진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조선족이 하는 부동산에 사정을 설명하고 혹시 좋은 분 계시면 소개해달라고 부탁을 해놨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이모님을 한 분 소개 받아 바로 면접을 봤고, 면접 5분 만에 바로 출근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이모님의 어느 면이 그렇게 마음에 들어 단 5분 만에 채용을 결정했냐고 묻는다면 딱히 답을 할만한 건 없다. 그냥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들었을 뿐.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이모님을 구할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아이를 바라보는 눈길, 주고받은 말 몇 마디를 통해 ‘아! 그래 이런 분이 우리 집과 맞을 것 같아!’라는 알 수 없는 이끌림이 있었던 것 같다. 인연은 이렇게나 갑작스럽다. 그리고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복중에 하나인 것 같다.     

둘째 아이 등원길에 이모님과 이이의 뒷모습


주위를 둘러보면 이모님과 잘 맞지 않아 괴로워하고 스트레스받는 집들이 종종 있다. 나의 경우 10년의 워킹맘 생활 중에서 다행히도 그런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떻게 하면 이모님과 잘 지낼 수 있는지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그저, 이모님과 나의 관계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니 서로 신뢰하고 예의를 갖춰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크게 관계가 어긋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시터는 내가 고용하는 사람이니까 나의 지시에 따라 일해야 한다는 생각은 나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다. 직장엔 나가야 하고 육아를 도와줄 사람은 없고…. 내가 없는 시간 동안 우리 아이들을 따듯하게 보살펴 줄 수 있는 분이라면 그분의 국적과 나이에 상관없이 ‘내 육아 파트너’라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과 자세가 상대편에도 그대로 전달되게 마련이고, 신의가 있는 분이라면 당연히 그에 맞는 마음가짐으로 일하셨던 게 아닌가 싶다.     

특히, 해외에서 시터와 함께 생활하는 것은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다. 나라마다 다른 생활 방식과 문화로 서로 오해가 쌓일 수도 있다. 특히, 중국 같은 개도국에서 시터와 생활하다 보면, 서로 살아온 생활의 수준과 문화의 차이가 극복하기 어렵기도 하다. 나와 너무 맞지 않거나 도저히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땐 기존의 시터와 관계를 끊고 새로운 분을 찾아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집 시터가 매번 바뀐다면 나와 우리 집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운 좋게 만난 우리 이모님과는 베이징에서 생활하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늘 함께했다. 요즘 따라 그 이모님이 그리울 때가 있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 이모님이 만들어주던 동북식 손만두 맛이 참 그립다. 내일은 간만에 아이들과 영상통화 한번 드려야겠다.          

지구본을 보며 둘째에게 무언가 설명해주시는 이모님 뒷모습. 그리운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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