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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이올렛 Dec 25. 2023

워킹맘 주재원의 현지 생활 정착기 4편 – 학교 정하기

베이징에 부임하고 1년 뒤에 큰 애가 학교에 입학했다. 코로나가 터지고 반년 정도 지난 후였다. 큰애 학교 정하는 건 유치원 정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쉬웠다. 우선 보내고자 하는 학교가 뚜렷했고,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가 꽤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코로나로 인해 직접 학교를 둘러보고 대면 상담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은 매우 아쉬웠다. (코로나 전에는 조선족 부동산에서 고객 대상으로 학교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보통 베이징의 한국인 부모들이 선택하는 학교는 국제학교, 중국 로컬학교, 중국 로컬학교의 국제부, 한국국제학교 등, 네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국제학교는 말 그대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소속되어 있는 국제 교육기관으로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베이징에는 영국계, 미국계, 캐나다계, 홍콩계 등 다양한 국제학교가 있어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주재원들 대부분은 미국계와 영국계 학교를 선호하는 것 같다. 일부 학교는 TO가 다 차거나 입학 전 인터뷰 성적이 낮으면 입학이 아예 어렵다. 국제학교인 만큼 학생들의 국적이 다양하고 아이가 국제적으로 인정된 커리큘럼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사악한 교육비가 단점이다. (학비는 학교와 학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화 4천만 원 이상이다.)


두 번째, 중국 로컬학교를 보내는 경우다. 말 그대로 중국 아이들이 가는 학교를 보내는 것이다. 왕징의 경우 중국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명문 학교들이 있어 그 근처 집값이 뛰기도 한다. (중국의 명문 로컬학교의 경우, 학교 소재 지역 일정 범위 내 자가가 있어야 입학이 가능한 학교들이 있다) 지인 중에 로컬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킨 분이 계셨는데 숙제가 정말 많고 규율이 엄격하다고 했다. 로컬학교의 장점이라면 중국인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고 100% 중국어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네이티브급 중국어 실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저렴한 학비를 들 수 있다. 외국인 입학이 가능한 로컬학교의 일 년 학비는 약 1천만 원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학교의 약 25%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단점이라면, 영어학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과 중국 사상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세 번째, 중국 로컬학교의 국제부다. 로컬학교지만 국제부를 따로 운영하는 경우로 한국인들은 주로 베이징 시내에 있는 팡 차오디(芳草地) 학교 국제부에 보낸다. 이곳은 중국에 국제학교가 설립되기 전 각국의 외교관 자재들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초등학생들도 까다로운 입학시험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왕징까지 셔틀이 오지 않는다는 점이 단점이다.


네 번째는 한국국제학교다. 한국 교육부의 인허가를 받은 학교로 한국과 같은 커리큘럼으로 공부할 수 있어 주재 기간이 끝난 뒤 한국으로 돌아가도 아이들이 한국 학교에 적응하기 쉽다. 학비도 저렴하고 왕징에 소재해 가깝다. 단점이라면 역시나 영어 공부를 인텐시브하게 할 수 없고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적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엔, 처음부터 국제학교 입학을 염두에 뒀고, 향후 영국으로의 조기유학 가능성을 고려해 영국계 학교를 택했다. 영국계 국제학교는 덜위치 (Dulwich)와 BSB(British School of Beijing) 두 군데가 있는데 덜위치는 TO가 없어 자연스럽게 BSB를 택했다. BSB는 베이징에서 두 군데가 있다. 5환 밖, 베이징 서우두 공항 근처에 있는 순의 캠퍼스와 대사관들이 모여있는 산리툰 지역에 있는 캠퍼스다. 큰애는 산리툰 캠퍼스를 다녔다. 한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IBS(미국계)나 BSB 순의 캠퍼스보다 한국 학생 비율이 적다는 점(우리 애 반 기준으로는 20명 중 3명)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BSB 교복과 유니폼을 입은 첫째. 영국계 학교는 대부분 교복을 입어야 한다.
어느 날은 하교시간에 학교 교문 밖에서 기다렸다가 큰애를 깜짝 놀라게도 했다. 날 발견하자마자 웃으며 뛰어오는 아들.


국제학교 입학 후 한동안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서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다. 생각만큼 영어가 많이 늘지 않아 아쉬웠지만,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며 학교생활을 잘해 나간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한국에선 쉽지 않은 국제학교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 회사에도 고마웠다. (학비의 약 70% 정도는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 최근 해외 주재원의 인기가 시들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국제적인 교육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은 주재원의 여러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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