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우울

악순환의 고리

by 보라구름

아픈 사람인데, 그 병이 잠깐 앓고 마는 것이 아니라 난치병이거나 중증인 경우 몸만 아프고 마음은 말짱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불안감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오래도록 치료를 받고 있는 와중에 몇 년째 괴롭히는 새로운 질병이 추가되었으니 피부질환 중 치료도 어렵고 원인 파악도 힘들고, 가렵고 환부가 결절성이 되어 흉터까지 남는 '결절성 양진'이 그것이다.


처음 발병한 건 3, 4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래 전인 것 같다. 어쩌다 한 번 뭔가 도돌도돌 났다가 자연스럽게 가라앉아서 크게 신경 안 쓴 게 초기 1, 2년이고 그 후엔 좀 신경이 쓰이는 정도였지만 병원에 갈 만큼은 아닌 게 1년 정도였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한번 발진하게 되면 굉장히 가렵고 흉터까지 남아 일 년에 두어 번은 이걸로 병원에 갔다.


알레르기 약을 처방받고 한 5일 먹으면 가라앉고 잠잠해지는 걸 두어 번 반복했다. 그러다 발진이 발생하는 주기가 점점 빨라졌다. 그럼에도 약을 먹으면 일주일 내로는 가라앉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졌다. 약을 먹어서 가라앉기도 하는데 그 와중에 새로운 발진이 올라온다. 개인병원에서는 치료가 어려워서 진료의뢰서를 받아 들고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조직검사 필요까진 없다고 해서 피검사만 하고 간과 신장 수치, 면역 체계에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아서 먹고, 연고랑 로션도 바르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약을 먹고 발라도 새로운 발진이 조금씩 생기고 있고 기존의 발진도 싹 낫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매끈했던 피부는 온데간데없고 팔과 다리(양진은 주로 팔다리 중심으로 퍼진다, 대칭형으로)에 물집과, 부풀어 오른 붉은 피부 발진이 눈에 띌 정도로 많다. 여름이라 뭐 가릴 수도 없고. 특히 밤이 되면 미칠 듯이 가려워지기도 하고, 여름이라 조금만 덥고 습하고 피부에 자극이 가면 곧바로 가려움이 극대화된다.


'결절성 양진'이라고 쳐보면 인터넷에 온갖 한의원들의 홍보글 속에서 몇몇 환자들의 치료 후기 등이 나온다. 그들의 글을 보며 위로도 받고, 희망도 품었다가, 안도 하기도 하지만 결국 내 팔다리의 양진은 도무지 잠잠해질 기색이 보이질 않는 걸 보며 우울감에 빠져버린다.


대학병원 진료 예약일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에 결국 기존에 다녔던 개인병원에 다시 가서 이전의 처방약을 받아왔다. 대학병원 약이나 기존 개인병원 약이나 큰 차이는 없지만 대학병원 처방 약을 10일 넘게 먹고 음식 조심도 하고 생활 습관도 엄청 신경 썼음에도 새로운 발진이 나니 더럭 겁이 났다. 약을 바꿔서 하루 먹으니 조금 가라앉는 것 같은데 이것도 기분 탓인지, 아니면 몸이 약에 적응해버려서 바뀐 약에 잠시 반응을 보인 건지는 모르겠다.


코로나가 일상을 잠식하고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걸 상상도 못 했듯이, 내가 피부질환에 이렇게 오래도록 시달리며 고통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여드름도 거의 안 났고, 피부 트러블이 거의 없이 살았기에. 하지만 이미 몇 년간 지속된 양진에 마음이 너덜너덜 해져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도 더 힘 빠지는 일이기도 하다. 매끈한 팔과 다리로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요즘도 우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