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양진
병원 가면 일주일, 안 가면 7일이라는 가벼운 감기 정도의 가벼운 증상이 아니면 몇몇 질병은 꽤 오랜 시간 우리를 끈덕지게 괴롭힌다. 완치가 불가능한 모든 질병이 여기에 해당한다. 나의 경우에는 비염(환절기가 되면 고통이 시작된다) 정도였다. 알러지성 피부질환인 줄 알았던 양진이란 질병을 앓게 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처음에 피부과 의사는 알러지성 피부염이라고 했는데, 3군데 정도의 피부과에서 그렇게 진단한 것이고 실제로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면 3일 정도 내에 호전이 되어 피부에 발진이 사라졌기 때문에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증상이 악화되었다가 좋아졌다 하는 현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나서부터 좀 이상하다고 여겼다.
집 근처 피부과 중에 진료 잘한다고 이름난 곳을 찾아가서 진료를 받는데 '양진'이네요 라는 소리를 듣고도 그게 그냥 발진을 뜻하는 또 다른 표현인 줄로만 알았다. (아니 헷갈리게 이름이 발진이나 양진이나 ㅜㅜ) 하지만 이후로도 몇 번 찾아가서 계속 양진이란 소리를 들으며 맥락을 이해해보니 그건 병명이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가서 의사 앞에 앉아 제발 나를 낫게 해 주세요, 하는 마음으로 의사 입만 바라볼 때 듣게 되는 말 중 가장 절망적인 말은 이런 것일 테다.
'원인은 알 수 없어요.' , '완치는 어렵습니다.'
네? 그럼 어떻게..
꾸준히 관리하실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 단순 감기나 소화불량 정도가 아닌 경우, 원인도 알 수 없고 완치도 어려운 질병은 은근히 많이 있다. 일상생활을 할 수 없거나, 입원 치료를 해야 할 정도의 중증이 아닐 뿐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치게 만드는 것들인 셈이다.
그나마, 열심히 서칭을 해본 결과 그렇고 그런 한의원 광고 포스팅들 속에 숨은 보석 같은 블로그를 발견했다. 20대 여성분의 블로그였는데 양진 치료 일기를 병원 치료 내용과 본인의 증상 등을 아주 자세하게 포스팅해두어서 굉장히 유용했다. 수많은 댓글들을 보며 아, 많은 사람들이 양진으로 고통받고 있구나 싶어서 눈물도 글썽일 지경이었다. (극도의 가려움과 불면! 겪어 본 사람만 압니다. 일반 모기 물림 가려움의 10배 정도)
해당 포스팅을 읽다가 한 부분에서 내가 놓친 것 같은 내용을 하나 발견했다. 생각해보니 3차 병원 진료받으러 가서도, 기존 동네 병원에서도 의사가 수차례 한 말이었다. 피부가 건조한 편이네요, 보습에도 신경 써 주세요. 너무 당연한? 말이라서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던 걸 반성하며 샤워 후 귀찮아도 매번 보습로션이나 겔을 발라주고, 그 후에 처방받은 데스오웬 로션 0.05%를 발랐다. 로션도 정확히 하루 2번 아침저녁으로 바르고(그 전엔 불규칙하게 바르고, 가려울 때만 바름), 굉장히 가려워서 긁지 않고 참을 수 없는 부위에만 연고를 발랐다.
한 3~4일 정도 지났는데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전보다 많이 가라앉았고, 가려움도 다소 줄어들었다는 느낌이다. 육안으로 봐도 피부 상태가 좀 나아졌다. 팔과 다리에 퍼진 양진 사진 올리고 싶지만 혐오사진 수준이라 ㅜㅜ
약을 3주 치 처방받아 오고 저녁에 먹는 알레르기 약도 추가로 받아왔으니 꾸준히 3주간 치료해서 제발 양진과 한동안 이별하고 싶다. 이제 그만 헤어지자,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아주 오랜 뒤에 잠깐만 조우하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