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둘이 살고 술은 좋아만 해요

흑심을 담아

by 보라구름

아는 사람은 아는 시집 <제주에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글 제목으로 패러디해보았다. 가족과 함께 살았던 시간, 혼자서 살았던 시간, 타인과 함께 살았던 시간 등을 거쳐 지금은 서울에서 둘이 살고 있다. 내 짝꿍과 고양이 셋. 술이라면 눈을 초롱초롱 반짝이며 일보 전진하던 나였지만 망할! 양진(피부염)에 걸린 이후로 술은 좋아만 하는 신세, 짝사랑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혼자 살던 시절의 나는, 외롭고 불안정한 감정에 자주 함락당해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술과 함께 떡처럼 뭉쳐 지내거나 다른 생각을 할 겨를 없이 일과 공부, 온갖 것에 대한 참견으로 일상에 빈틈을 허락하지 않음으로 내면의 공허한 눈깔(눈알 아니고 눈깔 맞음)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며 지냈다. 길지 않았던 결혼 생활을 지나며 결혼이란 제도와 내가 얼마나 안 맞는지 진저리 나도록 깨닫고 난 뒤,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편견으로 나를 재단하는 사람들과 그로 인한 상처를 덤으로 얹고 결혼 밖의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잡지사, 출판사, 인터넷 서점, 영화포털 기자, 소셜커머스 운영자, 어린이 학원 강사, 1인 출판사 대표, 외주 프리랜서(기획, 취재), 홈쇼핑 모니터링 요원 등을 거쳐 현재는 웹툰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브런치에 둥지를 튼지는 오래지만 워낙 띄엄띄엄 글을 쓴 탓에 올 때마다 새롭다.(자랑인가;; 장점인가;; 모르겠고 그냥 팩트다) 우기 & 울기 매거진으로 발행하는 글에는 아무래도 주제가 그렇다 보니 정말 너무 우울해서 쓴 내가 봐도 한숨만 나오는 글이 가득해서 클릭하기도 겁이 나는 바람에 새로 매거진을 만들기로 했고, 첫 글을 올린다.


아무래도, 매거진의 첫 글이니 자기소개를 이 정도는 해야 되지 않으려나 싶어서 아무도 시키지 않았으나 스스로 하고 싶어 쓴 소개글로 첫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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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연휴도 다가오는데 오늘도 딱 한 잔 하고 싶은데.. 저렇게 맥주잔 속에서 표류하고 싶은데.. 지금 내 팔과 다리엔 양진의 처참한 흔적이 피딱지랑 진물로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오늘도 그냥 짝사랑만 하고 있다.


매거진 이름을 뭘로 정할지 고민하다가 흑심 일기로 정했다. 브런치라 영어로 해야 하니 Black Heart Diary!

말 그대로 검은 마음(순백의 마음은 아니므로;)을 담은 일기이기도 하고, 소수이지만 소중한 시간을 내어 찾아와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마음에 들고 싶은 흑심을 담은 일기이기도 하고, (흑심) 연필로 쓴 일기이기도 하다는 그런 의미를 담아 정해보았다. 쓰고 보니 거창한 듯 하지만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책상 앞에 어제 연필 샵(연남동에 있는 흑심)에서 사 온 연필 패키지를 보고 정한 것임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