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건강검진에 대한 두려움이 정비례로 늘어난다. 20대에는 그저 회사에서 하라고 하니 귀찮고 피곤한 하나의 이벤트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 30대를 넘어서면서 스멀스멀 걱정의 기운이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기우였고, 때로는 오진이기도했다.
검진센터의 오진
간에 물혹이 있으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검진 소견받아서 서울대학병원 예약 하고 검사했는데 의사가, 물혹이요? 그게 어디 있나요? ㅎㅎ 하고 웃으셔서 같이 웃고 말았다. 병원비가 아까웠지만 물혹이 없다는데 그게 뭐 대수랴. 오진은 어이가 없었지만 안 아프면 다행이다 싶었다.
현대인의 질병 정도쯤이야
위 내시경을 2년에 한 번씩 하고 있는데 거의 매번 비슷한 결과를 받는다. 위염 소견이 있고 역류성 식도염도 있다. 증상이 심각하지 않아 다른 치료를 할 필요는 없지만 주의 요망. 하지만 이것도 기억을 되짚어 한참 올라가면 위 내시경을 처음 했을 때랑 두 번째 했을 때는 듣지 않았던 말이었던 것 같다. 아직은 용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지만 계속 이렇게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을 경미하게나마 달고 있다면 위험해지긴 하겠지. 그래도 여기까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여성이라서, 여성이라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가장 걱정되는 쪽은 여성이 걸릴 확률이 높은 위험한 질병 쪽이다. 생식기 쪽이거나 갑상선 등. 유방암 엑스레이는 검사 방식을 고문처럼 느끼게 만들어 일단 공포심에 압도되어 버린다. 너무 아프고 받고 나면 가슴에 붉게 자국이 남고 희미하게 멍자국 비슷하게도 남을 수준으로 무자비하게 누르고 당긴다. 그걸로 또 끝나는 게 아니라 초음파를 해야 하는데 이건 고통이 심한 건 아니지만 역시나 불편하다.
한국여성 대부분이 치밀 유방이라 어쩌고.. 하면서 늘 같은 소리를 듣는데 이번 초음파 검진에서는 담당의사가 큰 병원에서 보다 정밀하게 검사할 수 있는 기계로 초음파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는 갑상선에서 결절이 발견되었다는 것. 좌엽 4.6mm라고 되어 있고 추적관찰 필요라는 코멘트가 붙어있었다. 사실 크기만 보고 아, 뭐 그렇게 걱정할 건 아니겠다 싶어서 다른 병원 예약이나 세침검사 같은 추가 검사는 아예 알아보지도 않고 편하게 있었다. 한데 회사 내에 다른 분도 거의 비슷한 검진결과를 받았는데 빠르게 유명한 병원을 찾아 예약을 이미 다 했다고 하는 것이다. 안 그래도 나도 슬슬 예약은 해야지 하던 참이었던지라 부랴부랴 대학병원 한 곳에 진료 예약을 했다.
나도 암환자?
지인들 중에는 나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데도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받은 사람이 2명이나 있었다는 게 생각났다. 그래, 뭐 이거 암이라고 해도 생존율도 높고 약 꾸준히 먹으면서 관리하면 된다니까 크게 염려할 거 아닐 거야라는 이성적인 속삭임과, 아니 그건 그거고 암은 암이잖아! 하는 감성이 널뛰며 고함치는 소리가 양쪽에서 울려대서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나는 가입해 둔 암보험들을 뒤적거렸다. 암이 아니라서 한 푼도 못 받는 게 당연히 더 좋은 것일 텐데 왜인지 나는 받을 돈이 얼마인지를 계산해보고 있었다.
아직 진료예약까지 기간이 좀 남았고, 진료받고서도 바로 검사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닐 테니 내 갑상선의 결절이 어떤 녀석인지 알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 그래, 뭐가 되었든 난 잘 대처할 수 있을 거야. (잘 대처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