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치과 방문
최근, 건강 챙기기에 열심 모드가 되어 몸 이곳저곳을 돌보는 중이다. 몸은 정말 소중한 자산이니까. 나는 죽는 날까지 내 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니 잘 관리해야만 한다.
그런 이유로 용기를 내어 미루고 미뤄왔던 치과 진료도 예약을 잡고 드디어 다녀왔다. 이가 시리기도 하고, 발치를 권유받은 지 한참 지났으나 두려워서 미뤄둔 사랑니 발치도 해야 해서 겸사겸사 진료를 받으러 갔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고 공포의 치과 의자에 앉아 잠시 대기했다가 위이잉.. 의자가 뒤로 넘어가고 초록색 천으로 된 덮개로 얼굴에서 입만 뺀 부분을 가린 채 진료가 시작되었다.
치아 구석구석을 살펴보던 의사는 의자를 세워 앉혀주고 모니터를 통해 치아 사진을 같이 들여다보며 생각보다는 그렇게 치료할 게 많지는 않다고 운을 뗐다. 접수하면서 데스크에서 내가 한 말 때문이었을 거다. 치료할 데가 많아서 일단 상담받아보겠다고 했기에. 나 스스로 생각했을 때 이렇게 오래 치과에 왔으니 분명 엄청나게 치아 상태가 안 좋을 것만 같았다.
일단, 그 말 자체가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아주 상세하게 치아 상태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어디는 어떤 상태고 어떤 치료를 하면 될지, 어떤 순서로 진행하면 좋을지 등. 그리고 스케일링은 오늘 하고 가시는 게 좋겠다고 했다.
오 마이 갓. 나는 오늘 상담과 간단 진료만 받으러 온 건데, 스케일링이라니요...
내 기억 속의 스케일링은 공포 그 자체로, 엄청난 인내심을 요하며 양치로 핏물을 뱉어내던 그런 것으로 남아 있었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최근에 언제 스케일링했는지 물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진짜였다. 하기는 한 거 같은데 그게 언제쯤이 마지막이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제가 아프고 무서워서 스케일링받는 걸 힘들어하는데요...라고 최대한 불쌍한 눈으로 이야기하자 의사는 가글 마취도 있으니 하다가 아프면 그걸 하면 된다고 했다. 하다가 아프면? 하다가 아프면? 아니 왜 아프면 해야 하나.. 응응?
그냥 시작할 때부터 하면 안 되나요? ;; 나의 간절한 질문에 의사는 아, 네 그러셔도 됩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의자 뒤편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간호사가 건네준 마취용 가글. 시키는 대로 1분 동안 열심히 우물우물 우우 우우웅 하고 있었다. 골고루 마취가 잘 되기를 바라며, 실수로 삼키지 않게 주의하면서.
띵~ 1분 알람이 울리고 나는 가글 양치를 뱉어냈다. 오, 확실히 잇몸 구석구석의 감각이 좀 무뎌진 게 느껴졌다. 어느 정도나 마취가 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보다는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다.
한 20분~30분 정도 지났나?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위아래 구석구석 야무지게 스케일링을 다 받았다. 좀 시리거나 시큰한 것도 있기는 했지만 내가 생각한 정도로 아프지는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아마도 가글 마취제 덕분이겠지?
어찌나 긴장하며 스케일링을 받았던지 하도 어깨와 팔에 힘을 줘서 근육통이 올 지경이었다. 다 끝났다는 말이 왜 그렇게나 기쁘던지. 물로 입 안을 여러 번 헹궈 내고 밖으로 나와 수납을 하고 추가적으로 진료와 앞으로의 비용에 대한 안내를 받은 뒤 다음 진료를 예약했다. 5번 정도 방문하고, 아래 사랑니 두 개 나눠서 발치, 시린 이와 잇몸 치료, 충치 치료.. 으아아아.. 무튼 5번에 제발 끝나기를.
병원을 나와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스케일링받은 게 7년 전쯤이라고 했다. 그때 ** 치과에서 받았던 게 마지막 아냐? 오, 나보다 기억력이 더 좋군. 7년 만에 용기 내어 치과에 간 덴탈포비아 나 자신 참 칭찬해!
7년 동안 기술이 발전한 것도 있는지 최근에 스케일링받았던 남자친구는 마취 없이 받아도 확실히 예전에 받았을 때랑은 다르고, 덜 아프고 편리해졌다고 했다. 그는 임플란트를 한 게 있어서 정기적으로 치과 진료를 받고 있음.
덴탈 포비아 극뽀옥~ 이 조금 된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던 하루. 동네 카페 뒤져가며 과잉진료 안 하고 친절한 치과 열심히 찾아서 간 보람이 있었다. 비용도 그렇고, 치료 설명도 상세하고 무엇보다 아주 친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