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시간과 집중력?
길을 걷는 사람들을 봐도, 대중교통 안에 있는 사람들을 봐도 십중팔구 손에 폰을 들고 그걸 들여다본다. 이따금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반가워서 울컥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최근에는 오랜만에 버스에서까지 책을 읽고 있어서(의외로 멀미 같은 건 나지 않고 엄청 잘 집중되어 놀랐음) 동지를 만나 반가웠나 보다.
요즘도 가끔은 걸으면서 폰을 보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폰을 만지작 거린다. 자기 전까지도 손에서 폰을 잘 놓지 않으려는 버릇은 여전히 남아 있다.
수시로 울리는 업무 메신저 알람과, 메일은 물론이고 광고와, 원치 않는 카톡, 각종 앱의 푸시 광고 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필요하지 않은 알림은 설정에서 오지 않게 해 두었지만 모든 걸 다 찾아 들어가 거부하기도 귀찮아져서 비행기모드를 쓰고 있다. 스마트폰을 비행기에 넣어두는 셈!
알림 자체가 다 싫은 게 아니라 그게 내 시간을 침해하는 게 싫은 거다. 봐야 할 정보도 있고 나중에 확인해 보고 괜찮으면 클릭해서 들어가서 볼 것도 있다. 알림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오는 게 아니라 그들이 정한 시간에 온다는 게 문제라서, 비행기 모드 해제하고 내가 스마트폰을 보려 하는 시간에 확인하고 다시 비행기 모드로 돌려놓는 패턴으로 사용하려고 연습 중이다. 여전히 스마트폰으로 몇 가지 게임을 하고, 은행 업무 처리와 쇼핑도 하고 있어 스마트폰 사용 자체를 안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원할 때만 쓰고 싶을 뿐.
스마트폰을 넣어두고 일정 시간 타이머에 맞춰 꺼낼 수 없게 잠그는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 감옥도 구매하려고 알아보니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스마트폰 중독이 심해 자제력이 이미 낮아진 상태에서는 어떻게든 강제적으로 집중력을 되찾아야 하기에 스마트폰 감옥을 사야겠지만 당장 수입이 없는 나로서는 그런 지출까지 하기엔 부담스러웠다.
스마트폰은 비행기 모드로 해두고 가능한 손에 잘 닿지 않는 곳에 둔다. 일부러 찾으러 가야 하는 곳에 두는 게 제일 효과적이다. 글을 쓸 때는 데스크톱으로 작성하고, 카카오톡은 종료해 둔다. 그리고 노트에도 메모나 글쓰기를 병행해 두어서 아날로그 글쓰기의 손맛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노트와 펜은 손 닿는데서 쉽게 찾을 수 있게 두는 것도 중요!
핵심은 내가 원할 때 쓰고 싶은 시간만큼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sns나 유튜브에 들어가면 알고리즘이 이런저런 것들을 자꾸 들이미는 바람에 나중에는 내가 대체 왜 이런 걸 보게 된 건가 싶어 어리둥절 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게다가 시간을 보면 훌쩍 지나 있어 정말 시간을 도둑맞은 기분까지 든다. 그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만들어서 최대한 오래 머물게 하는 게 그들의 전략이니 여기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회사에 속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스마트폰과 건강한 거리 두기를 하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업무 시작 전, 종료 후, 저녁을 넘어서 일상 전체를 점령하고 메신저가 울려댔다. 주말과 휴일도 마찬가지. 그런 상황에서 무슨 재간으로 스마트폰과 건강한 거리 두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제는 가능하다. 아마 가장 확실하게 실천해 볼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