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자다가 깨서 다시 잠 못 드는 걸 막기 위해 수면제와 안정제를 같이 먹고 잤더니 약 먹은 효과가 있었다. 깨도 잠시 뿐이고 이내 다시 잠이 들 수 있었고, 통잠의 시간도 6시간 이상은 되었다. 깨고 나서 아침에도 정신이 몽롱한 건 덜하고 여러모로 수면의 질은 나아졌다.
문제는 꿈이었다. 휴직의 발화점이 되었던 사건이 꿈에 나왔다. 상황과 내용은 다르게 나왔지만 꿈속에서 나는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P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했다.
계속 이렇게 했다고요? 하... 이거 언제부터 이렇게 잘못된 건지 따지기도 어렵고, 이렇게 둘 수는 없죠. 일단 내가 전부 하나씩 다시 확인해야겠네요. 이런 자료는 신뢰가 떨어져서 쓸모가 없어요.
그 소리를 들은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꿈속에서의 나는, 언제부터 잘못된 건지 따지기 어렵다는 것과, 스스로 다 다시 확인하겠다는 것을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고 있었다. 더불어 왜 이렇게 잘못된 건지 이유를 찾으려고 했는데 머리가 하얗게 되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수군거리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해명을 해야 하는데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간단한 한마디 말도 할 수가 없어서 무기력하게 상황 속에 던져져 있을 뿐이었다.
실제 상황이 꿈속의 상황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비슷한 상황이 꿈에서 재현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치게 싫고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 잠을 더 자야 할 시간이기에 서둘러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답답해서 전에 챗 GPT에게 이게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고, 답은 이랬다.
이러한 이유들은 사회적, 심리적인 측면에서 복잡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각 상황과 개인의 동기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3가지의 어떤 부분을 섞어두면 가장 적절한 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서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좀처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역시 이것도 챗GPT 에게 물었다.
이러한 대처 방법은 상황과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상황에 맞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꿈에서 이 상황이 되풀이되었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업무에 거리를 두고 쉼을 선택하기로 해놓고 금기를 어겼기 때문이다. 일과의 거리 두기에 실패하고 현재 상황을 살짝 들여다본 게 문제였다. 그 짧은 연결이 다시 나를 일 모드로 돌려놓아서 벌어진 일이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 안 되는 것 마냥 아직은 내가 작은 연결점만으로도 이런 상태가 된다는 걸 알았으니 절대로 알려고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현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최선인 것 같다.
휴직해서 일 안 하려고 고군분투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