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의 통곡

통제불능

by 보라구름

아침부터 글 올리기 전에 한바탕 울면서 시작했던 하루였다.

이미 울만큼 울고 눈물 콧물 다 흘렸다고 생각했다.

멍하니 있다가 아시안 게임 중계를 보고

프로야구 중계까지 보다가 머리가 아파서

잠시 침대로 가서 누웠다.


창밖을 보니 햇살이 눈 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하늘은 파랗고, 가을 하늘답게 예뻤다.


빛을 잃고, 칙칙하게 회색이 된

우울한 나 자신과 너무 대비되는 그 상황이

한없이 야속했다.


갑작스레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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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통제불능 수준으로 번져갔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이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그러다가 소리 내어 우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활짝 열린 창문 밖으로 내 울음소리가 퍼져나가는 걸 알고 있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한동안 울음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계속되었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돌고 또 돌았다.


인생이 잘못되어가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것 같았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하늘을 보며 서러워서 눈물이 폭발하는 이 상황이

울고 있으면서도 당혹스러웠다.


휴직하고 가장 많이 울었던 하루가 되었다.

가끔 눈물이 났던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울지는 않았다.

3주가 되어서야 감정이 폭발했다.





울고 있을 때는 겁이 났다.


내가 정말 잘못된 건가? 왜 이렇게까지 울고 있지?

왜 눈물이 멈추지 않지?

눈물 통제가 안 되는 심각한 상황인가?


그런데 하루가 지나서 생각해 보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다.

이제야, 내가 감정을 밖으로 표출할 수 있게 된 것이구나.


우습게도, 그렇게 울고 나서 안정제를 먹은 다음 내가 한 일은

밖으로 나가서 소고기를 사 온 것이었다.

술도 마시지 않은 지 한 달은 된 것 같은데, 그날은 맥주 한 잔도 곁들였다.

소고기를 구워 먹고, 후식으로 파인애플과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배가 부르니 산책할 겸 동네 두 바퀴를 돌고 집에 돌아왔다.

한낮에 통곡하던 사람이 맞나 싶게

꽤 안정적이 되어 있었다.


한차례 눈물을 왕창 쏟아내고 나서인지는 몰라도

극도의 불안과, 우울, 절망과 같은 감정에서 일단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울 수 있게 되었다!

울고 싶으면 언제든 다시 그렇게 울어도 된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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