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쉬는 자의 푸념
휴직 중이고, 브런치에 글 쓰는 것 외에 별달리 하는 일은 없다. 산책하고, 주 2회 필라테스 수업 가는 것. 도서관 가서 책 빌리거나 반납하고, 카페 가서 책 글 쓰는 것이 전부인데. 물론 일상의 자잘한 볼일은 처리하지만 그게 피로를 유발할 정도는 전혀 아니다.
그런데 왜 쉬려고 온 여행에서 이틀째 편도선염으로 귀랑 머리까지 아파서 약만 3봉째 먹는 것이냐!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일부러 만보 이상 걷기 자제하고 하루 7 천보만 맞춰서 걷고 있는데 뭐가 무리였는지 도통 모르겠다. 여행 전날 4시간 정도밖에 못 잔 게 이유의 전부인데 그다음 날과 다음날 푹 잤는데도 왜 이러지?
지난번 정기검진결과 갑상선에 혹이 있다고 나왔는데 혹시 그 녀석이 커진 건가? 그래서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해지는 건가? 지난번에 추가 검사 차 간 병원에서는 위치가 나쁜 것도 아니고 크기도 너무 작아서 6개월, 아니면 1년 뒤에 추적관찰해도 될 것 같다고 했는데. 그 후로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이 있었으니 뭔가 변화가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또다시 걱정병이 제대로 도지는 것 같았다.
삼일 동안 내가 한 거라곤 하루 7 천보 정도 걸으면서 가볍게 산책한 거랑, 식당 가서 밥 먹고, 카페 가서 커피랑 디저트 먹으며 글 쓰고, 바다가 보이는 방 책상에 앉아 파도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노트북으로 글 쓴 게 전부였다. 이게 뭐 그렇게 힘든 일이라고 편도선염이 심하게 생긴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서울에서 보낸 일상하고 별로 다를 것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게 다는 아니었다. 사실, 다음 여행 계획도 준비했고 어제 다음 여행을 예약했다. 오늘은 또 다른 여행을 알아보려 여기저기 찾아보며 준비를 했다. 휴직기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자각하기 시작하자 못 다닌 여행을 다니려고 부지런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발품 팔아가며 알아보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온라인 검색하는 건데. 아냐, 이게 이유가 아냐.
아무레도 몸이 그만 좀 하라고 짜증 내는 것 같았다.
날 좀 내버려 둬!
미안하다 몸아. 그런데 내일 아침 배 타고 일출 보러 나가는 프로그램 신청해 놨어. 최대한 일찍... 잘.... 게.
휴식 여행이 불가능한 타입의 사람이라는 걸, 새삼 다시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