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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Nov 12. 2023

재택근무 3년차의 깨달음

고립과 우울, 무기력에서 벗어날 루틴 만들기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전 직장에서 약 2년 정도 전면 재택근무를 했었다. 이슈가 있을 경우에 출근했다가, 주 1회 출근을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재택근무가 기본이었다. 이후 직장을 옮기고 나서도 주 1회 출근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는 형태로 업무를 이어갔다. 스타트업이라 사무실 공간이 비좁기도 했고, 사람 수만큼의 책상이 준비되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재택근무의 가장 큰 이점은 출퇴근 시간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전 직장의 경우 출퇴근에 왕복 2시간 40분가량 걸렸고, 현재 직장의 경우는 2시간가량 걸린다. 거주하는 곳이 서울이긴 하지만 직장과의 거리와 교통수단이 효율적이지 못해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이 꽤 있는 편이다. 


 그렇다면 줄어든 시간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운동을 한다거나, 여유 시간을 갖거나, 여가를 즐기는데 쓰이기를 바라고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고스란히 추가 근무 하는데 들어간 적이 많았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언제 울릴지 모르는 메신저에 스탠바이 상태로 남은 채 명목상 퇴근을 한 상태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재택근무 초반에는 식사 후에 꼭 산책을 했고, 업무 시작 전에 가볍게 공원을 걷고 돌아오기도 했지만 점차 그마저도 할 의지가 사라져 갔다. 사무실로 출근을 하는 하루는 저녁에 다른 약속을 잡아도 되었지만 주 1회 출근이라 마라톤 회의를 하고 나면 에너지가 고갈되어 다른 일정을 잡는 것이 무리인 날이 많아졌다. 



 사무실 출근을 할 때는 회사가 시내 중심이나 번화가였기에 약속을 잡거나 다른 일정을 잡기에 편리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상태에서는 퇴근 후 집에서 일정을 위해 한 시간 정도를 이동하고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아예 다른 일정을 잘 안 잡게 되고, 그런 날이 쌓이고 쌓여 결국 집회사집.. 도 아니고 집집회사 집집인 날들에 주말마저도 뭔가를 적극적으로 하기보다는 그저 쉬거나, 움직여도 활동 반경이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휴직을 하고 처음으로 워크 앤 와이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워케이션을 온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식사를 같이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날들을 4박 5일간 보냈다. 올여름 회사 사람 거의 전부를 코로나에 걸리게 만든 1박 2일의 워크숍을 제외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본 게 대체 얼마만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아득했다.


 처음에는 다양한 직종, 연령대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어색하기도 했지만 하루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어색함은 친숙함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짧은 기간이라 서로를 속속들이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지만 주된 성격을 파악하거나 강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드러내는 나 자신의 모습도 새로웠고, 그동안 얼마나 심각하게 고립된 생활을 해왔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를 오래 한 결과 업무 이외의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생활 반경이 줄어든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것은 개인의 상황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반드시 재택근무 자체가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는 없다. 


 앞으로도 회사는 사무실을 옮길 예정이고 구성원 전원의 고정좌석이 있는 사무실을 얻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보다 현명하게 재택근무를 할 계획을 세워야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원칙이 필요하다.


루틴을 만들고 실행할 것 /출근 전 1시간, 점심시간, 퇴근 후 1시간에 규칙적인 루틴을 세울 것
(루틴 예시: 독서, 일기 쓰기, 산책, 집 청소, 운동레슨)
루틴은 가능한 지키고 업무 관련 대상자에게도 공유해서 해당 시간에는 원칙적으로 이슈 대응이 어렵다는 것을 주지시킬 것
주말 루틴(하루는 휴식 중심으로 하루 보내기 / 하루는 업무와 무관한 것으로 하루 보내기, 격주 1회는 모임 참여, 사람 만나기 등 고립에서 벗어나기)
가능하면 2개월에 한 번은 워케이션을 갈 것(주말 포함 하루 연차, 하루는 해당 지역에서 업무) 
토일월(근무)화(연차) 3박 4일 워케이션 
일 이외의 고정된 별도 일정을 월 1회 이상 가질 것(사람 만나는 일_독서모임, 취미 모임 등)  


 복직 후 건강한 재택근무 생활을 위해 정리해 둔 루틴을 잘 실행하다 보면 우울과 무기력, 고립감에서도 점차 벗어나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번 4박 5일 워크 앤 와이드 프로그램 참여의 유의미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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