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주춤한 글들뿐이더라
글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 사람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한 두 편의 글이 아니라 그 사람이 쓴 글 여러 편을 읽다 보면 대략적으로는 전달되는 것들이 있다. 그동안 브런치에 적지 않은 수의 글을 올려왔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보통은 글 쓰면서 한번 읽고, 올리기 전에 한번 읽고, 특별한 경우(올리고 난 뒤 수정할 때, 조회수가 높은 글을 다시 볼 때)를 제외하고는 내가 올린 글을 이후에 다시 읽는 경우는 드물다.
워낙 올려놓은 글이 많아 모든 글을 다 재독 하지는 못했지만 무슨 글을 이리도 많이 올렸나 싶어 속독으로 여러 편의 글을 읽어 내려갔다. 타인의 글이 아닌 내가 쓴 글이기에 당시 어떤 감정으로 글을 썼는지 헤아려보기도 하고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뭔가 솔직하면서도 온전히 솔직하지 않은 글이라는 게 전반적인 느낌이었달까. 내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위축되어 있거나 웅크린 채 등 뒤만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어깨 활짝 펴고 가슴을 열고 탁 트인 느낌으로 쓴 글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많은 글을 쓰고, 휴직 이후에는 비교적 꾸준히 업로드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나는 웅크려 있고, 어깨와 가슴을 쫙 펴지 못한 채로 엉거추춤하게 글을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속 시원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브런치라는 공간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