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가 쓴 책, 인생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
기대감이 부풀었다. 선택을 하는 법에 대한 내용인데 경제학자가 이야기하는 것이니 분명 이것은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아주 경제적인 선택의 방식을 이야기하는 것일 테다. 인생의 숫자를 다루는데 취약한(금전관리) 나에게는 꼭 필요한 내용이 있을 것 같았다.
음, 어? 표지와 저자의 프로필 그리고 첫 챕터, 두 번째, 그리고 절반 정도까지 챕터의 내용을 읽으면서 자꾸 저 사이를 맴돌았다. 뭐지? 왜 계속 결혼을 하는 것이나 자녀를 갖는 것에 대해 느낀 다윈의 딜레마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인가. 나는 이미 결혼이나 자녀 유무를 고려하는 고민에서 벗어나 있다고.(다수의 사람들이 많이 고민하는 내용이라 책의 절반을 그 내용에 할애한 거겠지) 제발 다른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 조급해져서 책장을 팔랑팔랑 넘겼다.
책의 절반을 넘겨 후반부로 넘어가자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다윈의 결혼 딜레마에서 이야기가 끝나고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요즘 허둥대며 살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쉼의 시기를 갖게 되면서(자의 반, 타의 반) 새삼 자아를 찾는데 시간을 쓰고 있는 중이라 후반부의 이야기는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세상을 바로 보고 싶은가. 당신 안에서 되풀이되는 시나리오를 깨고 나와라.'자기기만이라는 미스터리한 베일'을 벗겨 내라.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스스로의 인생을 오로지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한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루어가는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주연과 조연은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하며 언제나 내가 주인공인 상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출연자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내 인생이지만 정말 이게 다 내 것인가? 내가 태어난 지역, 인종, 성별, 받아온 교육, 빈부의 정도 기타 등등 이 모든 것은 우연의 결과이며 동시에 선물이기도 하다. 물론, 태어나보니 환경 자체가 비극인 경우도 있겠지만.
인생은 당신이 쓰면서 동시에 읽고 있는 한 권의 책과 같다. 결말을 구상해 놓았어도 중간에 플롯이 꼬일 수 있다. 또한 도중에 정해 놓은 결과가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다.
실수는 내가 세운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았을 때 쓰는 말이 아니다. 어차피 인생은 지도 없이 처음 보는 곳을 여행하는 것과 같아서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프다.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하나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당연한데 실수나 실패라는 말에 갇혀 자책하는 일이 많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실수란 자신이 앤초비를 싫어하는 걸 알면서 앤초비 파스타나 피자를 시켰을 때 쓰는 표현이라고 해서 기쁨과 위로의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나는 앤초비를 아주 많이 좋아하니까.
답이 없는 문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하고 맛보고 음미해야 할 '미스터리'다. 세상에는 당신이 꿈꾸고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있다.
사실, 인생을 놓고 보면 답이 있는 문제보다는 답이 없는 문제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이 있다고 하는 것조차도 돌아보면 그게 답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때도 지킬 수 있는 원칙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고 엄청난 희생을 감내하더라도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 때 비로소 인생이라는 이 큰 미스터리를 제대로 경험하고 음미할 수 있는 여유와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리라. 효율이나 성과라는 단어는 적어도 인생에서만큼은 걷어차버려도 좋을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