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

by 보라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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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충분하다는 말, 곱씹어 볼수록 참 괜찮은 말이다. 힘이 되어주는 말이다. 시험에 응시했을 때, 면접을 보고 나왔을 때, 무언가의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저 말을 마음을 다해서 할 수 있다면 말 자체만으로 이미 든든한 응원보다 더 힘이 세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성적이 이 정도 순위권에는 들어야, 이 정도 대학은 나와야, 이 정도 회사는 들어가야, 이 나이면 연봉은 이 정도는 되어야, 집은 **평은 되어야, 차는 ** 정도는 되어야.. 끝도 없다. 남들만큼이라는 이 이상하고 끔찍한 굴레는 어디다 걸어도 찰떡처럼 잘 걸린다.


남들만큼이라는 굴레는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시작된다. 비싼 휴대폰을 사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는 친구들은 다 최신형 고급 휴대폰을 쓴다고, 저가형 휴대폰 쓰면 애들이 놀리고 같이 안 놀아준다고도 한다. 옷이나 신발도 유행하는 브랜드와 유행하는 디자인이 아니면 창피해서 싫다고도 한다. 물론, 모두가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이 아주 특별한 상황 또한 아니라는 것이 참 가슴 아픈 현실이다.


각 페이지마다 작가가 담은 메시지는 결국 하나를 위해 달려간다. 성공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고,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고, 그냥 당신은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다른 누구의 목소리가 아닌 스스로의 목소리가 내면에서부터 나에게 진심을 다해 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책은 저자의 글과 독자가 필사할 수 있는 페이지가 같이 구성되어 있다. 확언이라는 표현 자체에 조금은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기에(온 우주가 너를 응원한다는 류의 말을 질색하는 것과 같은 맥락) 책을 받아 들고 페이지를 넘기는 것으로는 부족해 유튜버인 저자의 동영상을 찾아서 여러 개를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우려하는 그런 의미의 확언 신봉자는 아니었다. 현실을 외면하거나 도피하려는 수단으로 확언을 해서는 안 되고(지극히 당연하지만 곡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음), 중요한 것은 확언하는 행위 그 차제가 아니고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메모할 수 있는 부분이 여유롭게 구성되어 있어 저자의 메시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어도 좋고, 관련하여 떠오르는 에피소드와 감정에 대해 풀어내도 좋다. 90일의 확언이라는 콘셉트이긴 하지만 독자 스스로 자율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불안도가 높은 편인 나에게는 '나는 내 삶의 불확실성을 온전히 수용한다'라는 확언이 제일 마음에 와닿았다. 인생에 기복이 없을 수는 없다. 기복 없이 탄탄대로를 걸으며 성공만을 만끽하는 삶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이성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인생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변수와 사건에 조금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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