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보험사의 전화라면 어차피 대부분 마케팅 전화일 것이 분명하다. 수시로 울려대는 전화를 미리 막아두려면 광고성 정보 수신 여부에 체크하지 않기를 선택함으로써 전화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발신자가 카드사로 뜨면서 전화가 왔다.
아, 그러고 보니 최근 필요한 체크카드가 있어서 발급해 두었는데 그 카드사였다. 카드를 신청하면서 광고성 정보 수신 체크 여부를 깜빡한 것일지도 몰랐다. 일단 전화는 왔고, 혹시 뭔가 알아야 할 게 있나?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나: 여보세요?
1초 정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뭐야, 전화를 걸어놓고 왜 말이 없지? 생각하는 사이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AI: 안녕하세요, **카드 AI 상담원 A입니다.
엥? 가끔 서비스에 대한 문의나 오류 사항 해결을 위해 이런저런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보이는 화면으로 유도하여 해결하려는 AI 응대 목소리를 들려주거나,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해결하라는 안내 멘트를 들어보기는 했어도 직접 전화를 걸어오는 AI 상담원이라니?
AI 상담원에게 전화를 받아본 건 처음이었다.
신기해서, 일단 통화를 이어갔다. 본인이 맞냐고 물어보고, 맞다고 하니 이용 혜택 안내를 하겠다고 했다. 이후 이어지는 멘트는 인간 상담원(이렇게 적고 보니 좀 이상하긴 하네)이 진행하는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통화 괜찮으시냐, 짧게 안내만 드리겠다와 같은 멘트.
일단 AI 상담원 통화 체험은 했으니 긴 마케팅 홍보성 안내를 듣고 싶지는 않아서 바쁘다고 했더니, AI 상담원은 그럼 다음에 다시 안내드리겠다고 하고 스스로 전화를 알아서 끊었다.
아주 짧은 통화였지만, 기분이 상당히 묘했다. 이런 간단한 이용혜택 안내뿐 아니라 조금 더 난이도가 있는 참여 유도형 마케팅 전화까지 앞으로 점점 AI 상담원이 담당하게 될 거란 예감이 들었다. 대체되는 직종 우선순위 안에 텔레마케팅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직접 AI 상담원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다니 얼떨떨하다. 그렇다. 2024년 1월 19일, 나는 AI 상담원에게 걸려온 전화를 처음 받았다.
자율주행 버스나 택시가 주요 교통수단이 될 날도 머지않았음을 느끼며,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한편 저항감이 생기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낯선 것에 대한 저항과 편함이 가져올 또 다른 불편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리라. 하지만 내 의사와 상관없이 세상은 빨리 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