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

by 보라구름

우울증 관련 도서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내는 책, 환자의 입장에서 내는 책,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 내는 책 등 다양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 수면 아래에 잠겨 있던 우울증 및 정신질환에 대한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이론적인 정보 제공을 하는 책만 나오는 게 아니라 생생한 경험이 담긴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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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울증(공황, 불안 등)과 여러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함께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딸이나 아들을 둔 엄마가 낸 책은 몇 번 봤지만 이렇게 부부 중 아내의 투병에 함께하는 남편이 내는 책은 처음 접했다.


어떤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는 걸까? 기질적으로 타고나는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 부지런하다 못해 치열하게 살고, 못 견디고 도망치기보다는 한계치를 넘어서더라도 어떻게든 버텨볼 때까지 버텨보는 사람이 더 우울이나 기분장애 등 정신질환에 취약하다. 되는대로 적당히 눈치껏 하면서 넘어가도 마음이 불편하기는커녕 그게 기본값인 사람이나, 아등바등 살아서 뭐 하냐 느긋하게 살면 그만인 게 모토인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기 상당히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저자의 아내 역시 늦게 대학에 진학하고, 학비를 벌어가며 공부하다가 졸업 후 대학병원 임상심리사로 근무하며 아이를 낳고 키우며 워킹맘으로 지냈다. 주변의 도움 없이 부부만의 힘으로 아이들을 키웠는데 남편은 IT 쪽 일을 하고 워커홀릭이라 철야 및 주말 근무가 잦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아내의 증상은 신체화 증상으로 먼저 나타났다.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어서 진통제를 달고 살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정신과를 찾게 되었다.


하지만 온갖 증상이 휘몰아치고, 아내는 흔들리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남편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도 아내가 호전되지 않자 무식할 정도로 우울증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관련 논문을 죄다 찾아서 읽어보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방식대로 식생활, 운동 등을 치료와 병행하며 우울의 터널에서 나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우울증이 깊어가던 어느 날 아내가 남편에게 왜 사냐고 질문을 했다고 한다. 아내가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하려는 것인가 싶어 겁이 덜컥 난 남편은 대답을 잘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질문을 받고 한동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아내의 우울증을 낫게 하느라 고군분투하는데 집중하며 살아왔던 터라 자신도 스스로의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고 그래서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가 임신 중이던 상황에서 급작스레 야근하다 말고 집에 달려가야 했던 때가 있었는데 과속으로 교통사고가 크게 났고 차가 전복될 위기까지 갔다가 천운으로 차가 넘어가지 않아 크게 다치지 않았던 순간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 짧은 순간 죽음을 앞에 둘 만한 사고를 경험한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경험을 했고, 아내한테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뱃속에 있는 아이의 얼굴도 못 보고 눈을 감아야 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컸다고 했다. 아내가 물은 왜 사느냐에 대한 답변은 당시 사고 이야기를 자세히 전하며(실제 사고 당시에는 아내가 임산부여서 사고에 대해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고 함) 가족을 위해, 가족을 행복하기 위해 생을 살기로 그날 다짐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했다. 이후로도 아내가 가끔씩 왜 사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때마다 남편은 아내의 손을 잡고 '사람은 누구나 죽는 것이니 살아있을 때 서로 잘하고 축복처럼 살자', '오늘 하루 정말 재밌게 살아보자'라며 아내를 달랬다고 한다.


우울증은 결코 마음의 감기가 아니며, 그 표현 때문에 감기라는 표현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하는 남편. 우울증 환자에 맞게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과, 운동으로 희망을 찾은 이야기, 우울증 환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 등 우울증 환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책으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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