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히 너를 사랑하고 있어

by 보라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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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혜 시인의 에세이집이다. 전작 <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답고 잔인하지>에 이어 <감히 너를 사랑하고 있어>는 저자의 어머니와 저자, 딸로 이어지는 모녀 3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룬다. 구체적인 내용을 다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 전의 저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이혼 가정의 아이가 된다. 경제력이 제로에 가까운 아버지는 곧 아파트를 날리고, 동생과 함께 빌라 월세방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어떻게 하면 자신과 이혼한 아내를 상처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던 아버지는 자식들을 못 보게 하겠다는 방식으로 상처를 주려고 한다. 그 탓에 성인이 된 이후에 일본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를 만나면서도 여전히 죄책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살아온 과정이 순탄치 않았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 생활은 힘들었다는 말 한마디로는 표현이 안 되겠지만 그렇게 성인이 되고 스물일곱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연고가 없는 제주로 이주해서 음식점을 하면서 딸을 낳아 키운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많이 들은 말은 '네까짓 게'를 앞에 붙인 말이었다고 한다. 네까짓 게 뭘 알아, 네까짓 게 뭘 할 수 있어. 이 네까짓 게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자는 발버둥 친다.


남편과의 관계마저 위태로워지고 우울과 죽음, 임신 중, 육아 중 우울증의 발현으로 상담 센터를 찾게 되고 조금씩 숨통이 트여가는 저자는 육아의 순간마다 자신의 유년 시절과 맞닥뜨리며 무너지곤 했다. 귀하다는 뜻을 딸아이에게 설명을 하고 있노라니 비통한 감정이 몰려온다.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는 귀한 거야, 그 말을 딸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서야 알았다. 자신은 스스로를 귀하게 여겨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가 소중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귀한 줄 몰랐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상처받으면 받는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방치해 두었다. 매번 죽음을 떠올릴 때마다 스스로의 귀함을 믿지 않았다. 스스로의 고유함, 나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하라는 것, 그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자신이 맡고 있는 역할, 할 일은 다른 누가 대체하면 그만 아닌가. 스스로는 그저 사회의 부품 중 하나일 뿐. 스스로 세상에서 사라져도 크게 티도 안 나고, 스스로는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 문장들을 읽는 동안 내 일기장에 쓴 메모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우울감이 심했을 때 아주 정확하게 똑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고 있었고, 가스라이팅 때문에 나 역시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지 못하고 있었다.


보호자, 양육자로부터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부모가 되어서 양육자가 되어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모두 부모가 되어 사랑을 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겪은 일을 아이가 겪게 하고 싶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아이에게 사랑을 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부모도 많다. 나는 얻지 못했지만 너에게는 주고 싶은 소중한 것. 그래서 저자는 감히 딸을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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