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감정 노트

by 보라구름
20240204_152325.jpg


자신의 감정을 몇 가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한번 적어보면 생각보다 너무 적어서 놀랄 것이다.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감정에 대한 표현은 대여섯 가지가 넘지 않을 정도밖에 안 된다. 심지어 요즘에는 강조하고자 할 때 앞에 '개'를 가져다 붙여서 거의 모든 표현 앞에 접두사처럼 쓰는 사람들도 있다. 점점 사용 빈도는 낮아지는 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이런 표현을 쓰는 걸 들을 때가 있긴 하다.




<90일 감정 노트>의 저자 윤닥(윤동욱)은 18개의 기본 감정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90일간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기를 권한다. 기본 감정이 18개나 된다고 해서 놀랄 것은 없다. 이해하기 쉽게 스티커로 만들어져 있어서 다이어리 꾸미듯이 감정노트에 스티커를 붙여 나가면 된다.






SE-b024fec0-5c06-407a-be80-8f3084d3739a.jpg?type=w773








감정 기록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앱을 유료 구독해서 열심히 기록을 했던 적이 있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 거의 매일 기록을 해왔다. 아주 간단한 기록이긴 해도 모아놓고 보면 전체적으로 내 감정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앱 버전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백업 정책이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덮어쓰기를 한 번 잘 못 클릭하는 바람에 근 1년 정도 기록해 온 감정 기록이 다 날아가 버렸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18개의 기본 감정에서 찾아보자면 좌절, 분노, 실망 정도가 될 것 같다.




앱 회사에서는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3주가 지나서야 보내왔고, 사과의 의미로 앱 내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을 보내왔지만 이미 나는 감정 기록을 앱으로 하는 것을 중단한 지 오래였다. 이런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좀 귀찮더라도 아날로그 방식대로 다이어리에 직접 감정을 기록하고 꾸미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감정이 신체적 컨디션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을 것 같지만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이 감정 기록 노트에 보면 감정에 대한 것과 함께 수면시간, 운동량, 음주량, 폭식 여부, 몸무게 변화, 불안에 대한 신체화 증상을 체크하는 항목이 같이 기재되어 있다. 잠을 부족하게 자고, 굶었다가 한 끼에 몰아서 먹고, 잠깐동안의 걷기조차 하지 않거나, 음주량이 늘어났다면 감정에도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명확한 증거다.




90일가량 감정 노트를 꾸준히 기록하고 나면 자신의 생활 패턴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 같다. 이런 일에는 이렇게 반응을 했고 그게 어떤 여향을 미쳤는지, 내가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으며 내가 바꿀 수 있는 스트레스 상황과 바꿀 수 없는 스트레스 상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기록이 쌓이다 보면 힘이 될 것이고, 그 힘으로 감정을 잘 보살펴서 스스로를 이해하고 지지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표현되지 않는 감정은 죽어 없어지지 않는다. 감정은 살아서 묻히면 더 괴상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 프로이트




keyword
보라구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294